배상면주가 대리점주 "밀어내기 부담" 유서 남기고 자살, 공정위 조사검토

'갑(甲)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주류업계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물량밀어내기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주류업계는 이번 사건이 예고된 비극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관행을 수차례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배상면주가 관련 대리점주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 조사에 착수키로 하고 사안을 검토 중이다.
◇'甲乙갈등' 불꽃 주류업계 옮겨 붙나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씨는 14일 오후 물량밀어내기로 인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써 남양유업의 물량밀어내기에서 촉발된 '갑을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불꽃이 주류업계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주류업계는 이미 공정위로부터 수차례 유사사례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2004년 대리점을 압박한 부경지역 제조업체 및 도매업협회가 1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2011년엔 지방주류도매협회가 대리점 가격을 통제해 과징금을 맞았다. 2009년에는 출고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업계에 천억원 이상의 과징금 폭탄이 터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벌어진 국순당의 '백세주전쟁'은 주류업계의 갑을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도매점을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던 국순당은 도매점들이 반발하자 퇴출대상을 확대하고 해당 도매점에 공급물량을 줄여 압박했다. 또 사원을 해당대리점 관할지역에 파견해 '대리점 죽이기'에 들어갔다. 본사와 도매점이 음식점 등 판매처를 놓고 판매경쟁을 벌인 것이다. 공정위는 결국 국순당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대리점 압박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배상면주가에 대해 대리점주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될 경우 남양유업 사건으로 촉발된 갑을관계 조사가 유통업체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마녀사냥 당할까" 떨고 있는 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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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조사에 들어간다면 법적 안정성을 잃게 되고 기업들도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슈에 편승해 공정거래조사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여론이 들끓고 있어 부담스럽다. 공정위는 이미 남양유업에 이어 인터넷업계 대표 갑 네이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원칙적으로 갑을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타 업종도 공정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류업계는 공정위 조사방침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배상면주가는 매출은 백억 원대에 누적적자가 200억 원에 달하는 영세업체인데 사안이 남양유업 수준으로 취급된다면 억울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전 공정위 조치로 대리점들이 여러 회사 제품을 자유롭게 취급할 수 있게 돼 대리점주가 압박을 받을 상황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불공정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기업의 지속성장 측면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론이 마녀사냥 식으로 여러 업종을 줄줄이 엮으려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