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당히' 넣어 기업활동 발목잡아

공정위, '상당히' 넣어 기업활동 발목잡아

김성휘 기자
2013.06.26 17:1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공정거래법' 3장 아닌 5장에 '현저히→상당히'..통행세 관행·수혜기업 처벌 신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6월24일/뉴스1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6월24일/뉴스1

이른바 경제민주화 입법의 대표사례이자 과잉입법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킨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6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가 내부거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사익편취 가능성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앞으로 상호출자제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회사는 총수 일가 개인 또는 그가 지배하는 회사와 거래할 때 지나치게 과도한 이익을 안겨주거나, 직접 행하면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넘겨주지 못하게 된다. 이를 어기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최대 5%까지이다.

정무위는 논란이 됐던 제3장(경제력 집중 규제)에 관련 조항을 넣지 않는 대신 불공정행위 금지를 다루는 제5장에 이 내용을 담았다. 기존 제5장 제23조 외에 '제23조의 2'를 신설, △정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수행하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경우 △사업능력·재무상태·품질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특수관계인과) 상당한 규모로 거래할 때의 세 가지를 금지대상으로 명시했다.

일감을 준 회사뿐 아니라 일감을 받은 객체기업(수혜대상)도 처벌 대상이다. 객체기업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 주식을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회사'로 규정했다. 거래상 아무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을 매개로 거래하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도 부(富)의 편법이전 수단으로 보고 처벌하도록 했다.

이 같은 행위의 위법성 요건을 완화한 것도 눈에 띈다. 현행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조문을 고쳤다. 제5장의 명칭에도 '불공정거래행위' 외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경제적 이익제공'을 금지대상으로 명시했다. 경쟁 제한성 입증이 용이해진다는 뜻이다.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법안소위에 출석, "경쟁 제한성보다는 특수관계인에 대해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를 위법성 요건으로 바꿨기 때문에 5장에 하더라도 (입법취지는 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적잖은 변화가 있음에도 3장에 조항을 신설하지 않은 개정결과에 대해선 정무위원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에도 사익편취 금지를 공정거래법 3장에 둔다고 돼 있지 않느냐"며 "(3장 아닌 5장에 조항을 둔 것은) 산에 지을 집을 바닷가에 지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소위원장인 박민식 새누리당 간사는 그러나 "여야를 떠나 나름대로 지혜를 짜낸 결과"라며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는 것이 3장에 가면 경제민주화의 진척이고 5장에 가면 후퇴라는 평가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법안소위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주소가 잘못됐을 수 있으나 집은 튼튼하게 지었다"고 비유하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처럼 이견을 확인함에 따라 정무위는 이례적으로 표결을 실시, 출석의원 16명 가운데 13명 찬성으로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민병두·정호준 의원, 새누리당 김용태·김재경·이종훈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통합조정한 결과다.

정무위는 한편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부당한 특약을 강요할 수 없게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표발의 서병수·전병헌 의원)도 가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국세청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되 그 사실을 당사자(명의인)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FIU법) 개정안(대표발의 박영선·강기정 의원)도 가결했다. FIU가 고액현금거래정보(CTR) 원본을 국세청·검찰에 제공한 경우 제공일로부터 10일 내 명의인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정무위 소관 쟁점법안 가운데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제정안 등은 27일 오전 법안소위에서 재논의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휘 국제부장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브뤼셀), 미국 워싱턴DC 대학과 싱크탱크를 현지에서 경험했습니다. 주요국 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 다룹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 기업, 벤처스타트업 씬을 취재했습니다. 인터뷰와 제보, 서평 요청을 기다립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