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바꿔가며 여학교옆 호텔건립 도와주기 '왜'?

法 바꿔가며 여학교옆 호텔건립 도와주기 '왜'?

김유경 기자
입력 2013.09.16 18:37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13.09.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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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관광진흥법 개정 추진…교육·사회단체 강력 반발 "대법원 판결 뒤엎는 시도"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바라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의 대한항공 7성급 한옥호텔 프로젝트 부지. / 사진 = 이기범 기자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바라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의 대한항공 7성급 한옥호텔 프로젝트 부지. / 사진 = 이기범 기자

 서울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한옥호텔을 건립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그동안 해당 부지가 중·고등학교 인근에 위치, 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당·정·청이 다시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와 교육계도 적극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 12일 학교 인근 호텔허가를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놓고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당일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더 논의한 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2011년 6월 정부가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개정법안의 골자는 유흥시설과 사행행위장, 미풍양속을 해치는 부대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 개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고 19대 국회가 시작된 후 지난해 10월 같은 내용으로 다시 제출됐으며 현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사업주인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추진해온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3만6642㎡)에 7성급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사회적 협의와 공감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학교 담장 너머 호텔 짓겠다고?"

 해당 부지는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008년 6월 2000억원에 사들인 땅으로 경복궁에서 100여m, 풍문여고·덕성여고에선 각각 50m 내에 위치한 절대적 정화구역이다.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숙박시설의 경우 '학교 주변 50m 이내'인 절대적 정화구역에는 절대 설치할 수 없고 50m 초과~200m 이내 '상대정화구역'에선 관할 교육청의 재량에 맡기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중부교육청이 호텔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대법원에서도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대법원에서 이미 판결났음에도 대통령이 검토해보겠다는 말 한마디에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법 질서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이 대법원 판결을 뒤엎는 시도를 한다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대법원 판례도 소용없다면 국민정서법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해당부지는 지구단위계획 구역이어서 원래 관광호텔을 지을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해당부지에 호텔을 지으려면 지구단위계획 수립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도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도심 내 관광숙박시설 확충과 관련, 용적률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위생정화구역 내 관광숙박시설 건립은 청소년들의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학교정화위원회 심의시 입지 허용기준 등을 교육청과 협의토록 했다.

 ◇"여학교 옆에 호텔 안될 말"…교육계, 강력 반발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여중학교에서 교육적으로 위해하다는 입장이 분명한 데다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까지 나온 마당에 정부가 나서서 법까지 바꿔가며 호텔을 짓도록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게 교육계 시각이다.

 덕성여중 관계자는 "학교와 해당 부지가 담장 하나 사이로 붙어 있어 호텔이 들어서면 교실에서 호텔이 다 보인다"며 "여학생들이 저녁 8시까지 방과수업을 하는데 유흥시설이 없다고 교육적으로 위해시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2015년이면 관광호텔이 포화상태라는 분석이 나오는 데도 굳이 여학교 옆에 호텔을 지어야 할 명분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은 "학교보건법뿐 아니라 문화재보호법에도 걸린다"며 "종로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저지활동을 펼쳐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혹시라도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홍 종로구의원은 "국가의 상징적이고 중요한 위치에 호텔을 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가는 오히려 이 부지를 매입해 경복궁 안 민속박물관과 주차장을 해당 부지로 옮겨 국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특히 지구단위계획에도 역사문화지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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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데스크)입니다. 2007년 머니투데이에 입사해 증권부, 국제경제부, 금융부, 부동산부, 산업2부, 중견중소기업부, 미래산업부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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