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R&D 人사이드]중고생 기업가정신 기획자 허남영 KAIST 교수

'창조경제 시대를 대비한 인재양성'
현 정권보다 앞서 '창조경제'를 넣은 슬로건을 교육이념으로 내걸고 '한국형 기업가정신'을 5년째 가르쳐온 교육원이 있다. KAIST IP(지적재산권)영재기업인교육원이다. 이곳 프로그램 기획·설계 책임자인 허남영 연구교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8년 미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정체의 늪'에 빠졌을 때 미 정부는 기업가정신 교육과정을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에서도 정식교과목으로 채택하도록 했죠. 그 결과 90년대 중반 미국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어요."
미국 스탠포드대학이나 MIT 출신 창업자들의 1년 매출 총합은 우리나라 1년 정부예산과 맞먹거나 능가한다. 이는 청소년 시절 기업가정신 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운 덕분이란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미국 뿐 아니라 2006년 오슬로 아젠다에선 EU(유럽연합) 국가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을 권고한 후 세계 경쟁력 최상위 국가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했죠. 이를 두고 '제2의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그 파급효과는 대단했어요."
주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KAIST IP영재기업인교육원의 지도법은 특색있다. 예컨대 기업가정신 커리큘럼 중 하나인 인문학 교육만 보더라도 색다른 형태로 진행된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도 물론 필요하겠죠. 하지만 기업가정신에서 인문학이란 기업이 성장하면서 겪는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GM 등이 대기업으로 커 가면서 사회와 또 기업 생태계 구성원 간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왔는지 서로 알아보고 토론하는 거죠."
이 교수는 수업 중 인상 깊게 봤다는 두 학생의 대화를 떠올렸다.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전교 꼴등 학생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진학을 앞둔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우리나라 대표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서 공부 열심히 해. 내가 나중에 너를 연봉 많이주고 스카웃할거니까." 전통적 시각에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지만 교육원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학생은 기업가정신에 필수적인 '협력·융합 문화'를 아는 거죠. 내가 다 못해도 돼요. 단점을 극복해줄 유능한 사람을 채용하면 되죠. 스티브 잡스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준 스티브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이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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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어 협력·융합에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장치로 꼽는 '브레인스토밍'은 우리 기업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색 주장도 폈다.
"딱딱한 자리에서 동료나 상급자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나는 그것을 이렇게 바꿨으면 좋겠어'라고 말 할 수 있겠어요? 눈치 보여 절대 못하죠."
허 교수는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창조적 협력·융합연구가 활성화된 이유를 펍(PUB, 대중 술집)에서 찾았다.
"퇴근 후 펍에서 우연찮게 만난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끼리 밤새 얘기를 나누다 보면 몰랐던 정보도 공유하고, 그 자리에서 아예 프로젝트 협업팀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펍 커뮤니케이션이 미국보다 더 활발한 곳은 우리나라일 거예요. 회의실에서 형식적으로 갖는 브레인스토밍 보단 술잔 기울이며 터놓고 얘기하는 우리만의 술 소통 문화를 최대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