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왜 다녀?" 백수일기 쓰는 20대男 심리는…

"회사를 왜 다녀?" 백수일기 쓰는 20대男 심리는…

이슈팀 이동우 기자
2014.04.04 06:05

[나는 '갓'수다 ①] 일상 글 올리며 "행복" 강조, 자기 합리화

개그콘서트 '현대생활백수' 팀의 고혜성(왼쪽), 강일구(오른쪽)  / 사진=머니투데이 박성기 기자
개그콘서트 '현대생활백수' 팀의 고혜성(왼쪽), 강일구(오른쪽) / 사진=머니투데이 박성기 기자

# 대학 졸업 후 2년째인 정모씨(27)는 매일 오전 11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이후 '미국 드라마'를 보며 피자로 끼니를 해결한다. 식사를 마친 오후 1시에는 헬스장을 찾는다. 2시간 정도 운동을 한 뒤에는 동네 커피숍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마신다. 이 모든 생활은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가능하다.

#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이모씨(28)는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게임과 인터넷을 하며 보낸다. 정씨가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극우성향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다. 최근에는 '일베'에 '갓수의 점심'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만든 파스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씨는 가끔 토익 책을 보기도 하지만 사실 취업에 큰 관심은 없다.

최근 '갓수'라는 단어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갓수'는 신을 뜻하는 '갓(God)'과 '백수'의 합성어로 '직장인보다 나은 백수'라는 의미다. 이른 새벽 회사에 나가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쥐꼬리 같은 월급을 받느니 취업하지 않고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으로 편하게 사는 삶이 낫다는 의미가 '갓수'라는 단어에 담겨있다.

'일베'와 '디시인사이드'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가 넘는 '갓수' 관련 글들이 올라온다. 게시글은 대부분 '갓수'를 자처하며 직장인과 비교해 스스로 합리화하는 내용들이다. 이들은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출근충'이라고 부르며 비하한다.

'일베'의 인기 게시물 가운데 하나인 '4년차 프로갓수의 행복한 갓수되기'라는 글에는 "수면·기상시간을 잘 지킬 것", "청소를 해서 부모님의 귀여움을 받을 것", "청결과 영양섭취를 충실히 할 것" 등 행복한 '갓수'가 되기 위한 조언들이 담겨있다.

이 같은 '갓수' 현상의 근원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가 놓여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47만3000명에 달했다. 전월의 37만200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2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0.9%로 2000년 1월(11.0%) 이후 최고치였다.

전문가들은 '갓수' 현상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풀이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0년대의 백수와 달리 오늘날의 '갓수'는 사회 구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며 "열악한 노동시장의 상황에 대한 반발 심리가 사회 규범에 대한 냉소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상황을 '자기합리화'를 통해 받아들이려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로 '갓수'를 해석할 수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갓수' 현상은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우화로 볼 수 있다"며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심리적 방어 기제가 작용해 자신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위안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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