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정신없는 소리냐?"…출판기념회 낳은 오세훈법 10년

"무슨 정신없는 소리냐?"…출판기념회 낳은 오세훈법 10년

황보람 기자
2014.08.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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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해부⑥]'소액다수' 정치 후원 시초…출판기념회 편법으로 변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제33-34대 서울특별시장 이임식'을 갖고 있다./홍봉진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제33-34대 서울특별시장 이임식'을 갖고 있다./홍봉진 기자

"‘무슨 정신없는 소리냐?"

2004년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내놓았을 때 국회의원들의 반응이었다.

"아무리 지금 당이 궁지에 몰려 있기로서니 이렇게 소액다수로 하게 되면 오히려 범법을 낳고, 국회의원들을 전부 범죄인화시키는 부작용이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과격한 안을 내놓고 수용하라고 하느냐’는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안으로 소득공제를 내놓고, 처음 6개월에서 1년은 모금이 힘들겠지만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전제가 된다면 정말 바람직한 후원회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데 많은 의원들이 동의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해 1월 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특위 간사가 한 말이다.

대선에서'차떼기 불법 선거 자금'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감히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오 전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총선 불출마를 감행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해 2월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소액다수주의를 표방하는 개혁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일명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이다.

소액다수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10만원 이하 후원금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도 마련됐다. 오 전 의원의 말처럼 소액 후원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민심은 이미 '돈정치'에 등돌린 상태였다. 특위 보고에서 정의화 위원은 "아주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4당 간사 간에 충분히 토론을 거쳤던 것이지요?"라고 간략히 묻고 정치자금법개정안 토론을 종결했다.

'오세훈법'의 골자는 시민단체들이 만들었다.

박세일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민변과 경실련,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가 '소액다수후원'을 활성화하는 정치자금법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여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통합된 법안이 바로 '오세훈법'이다.

오세훈법의 핵심은 정당후원회와 법인 기부를 금지하는 등 고액 기부행위를 감시해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액 기부자에게는 '자율성'을 부여해 소액다수 후원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주요 골자는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기탁 금지 △10만원 이하 소액기부 등 1만원 단위 무정액영수증 발급 △의원별 후원금액 1억5000만원으로 제한(전국선거 있는 해 3억원)이다.

오세훈법 10년. 정치자금법은 여전히 국회의원 300명에게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목표로 했던 '소액다수주의'도 현실화됐다.

문제는 역이용된 소액다수주의다. 법인과 단체의 기부를 막은 탓에 단체에 소속된 개인이 10만원씩 돈을 쪼개서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2010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청목회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급여를 높이고 정년을 연장해 달라"며 10만원씩 돈을 모아 5000만원 가량을 후원했다. 검찰은 이를 '뇌물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검찰은 부자가 아닌 자가 감히 남의 돈 받아가며 정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로비했다고 치자. 그게 대의민주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도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제45조2항 제5호는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지만 재판관은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석에선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모 의원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면, 하다 못해 금액이라도 올려주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공식적으론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제밥그릇 챙기기'란 오명을 쓸 수 있어서다.

오히려 강화된 법안들은 줄을 잇는다. 지난 6월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은 행정부처나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이 개인 자격으로도 해당 기관이 소속된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이나 지역구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출판기념회는 이같은 분위기에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기부 문화'이다. '경조사비'로 분류돼 세금을 내지도 회계처리도 하지도 않는다. '정치자금 투명화' 법안이 낳은 가장 불투명한 정치자금 모집 관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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