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의 유혹'…의원들 주머니 사정 봤더니

'출판기념회의 유혹'…의원들 주머니 사정 봤더니

진상현 황보람 김성휘 이미영,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4.08.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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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해부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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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의원은 이날 아침을 비교적 여유롭게 시작했다. 전날은 자신이 주관하는 조찬 모임을 준비하느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조찬에는 10명 정도가 참석해서 식사 등 비용으로 30만 원 가량이 나갔다.

아침 이후 일정은 오늘도 팍팍하다. 오전에 토론회를 하고, 오찬은 언론인들과 약속이 잡혔다. 저녁에는 지역 출신 중앙 부처 공무원 후배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전문가 섭외, 자료 제작 등 500만원 가량이 드는 토론회는 대부분 국회사무처에서 제공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로 충당해왔지만 횟수가 많아지면서 개인 비용을 추가로 써야할 판이다.

언론인들과의 오찬은 20만원 정도로 선방했지만 지역구 사업 협조를 부탁해야 하는 저녁은 아무래도 공사가 좀 클 것 같다. 2차 맥주 한잔까지 감안해서 50만~100만원까지는 예산으로 잡고 있다. A 의원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출판기념회라도 한번 해야하는 걸까?'

국회의원들이 주의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출판기념회의 유혹을 쉽사리 떨치지 못하는 것은 '주머니 사정'때문이다.

2004년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현실적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지역구 관리, 각종 약속 등 정치활동에 쓰야하는 돈은 여전히 많다.

국회의원들의 수입은 크게 세비와 후원금으로 나뉜다.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급여 성격인 세비는 1억3796만원이고 후원금은 모금 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 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이다. 대체로 격년에 한번씩 전국단위 선거가 있어 후원금의 평균 한도는 연 2억2500만원 정도다. 후원금 한도를 채우는 사람은 극히 소수여서 국회의원들의 평균적인 후원금 수입은 연 1억5000만원 정도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이 밖에 국회 사무실 운영 경비 등으로 연 9000여만원이 추가로 지급되는데 차량 유지비, 사무실 운영비, 공공요금 등은 대부분 실비로 쓰여지고 개인적인 의정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입법 및 정책개발비 2237만원(1차 추가지원 포함) △정책자료 발간 및 정책홍보물비 1300만원 △정책자료 발송료 292만~604만원 등 총 4000만원 안팎 정도다.

생활비 개념인 세비를 제외하면 결국 후원금 1억5000만원과 정책 및 홍보 지원금 4000만원 등 1억9000만원 정도로 개인 의정 활동을 하는 셈이다.

개인 의정 활동과 관련한 지출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지역구 사무실 운영이다.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들어가야 하고 사무실 임대비용, 차량 렌트, 공과금 등을 포함하면 지역구 사무실 하나당 연간 1억원 정도가 지출된다고 한다. 2-3개 지역이 통합된 지역구의 경우 각 지역별로 사무실을 둬야하는 경우가 많아 사무실 운영비는 더 올라간다. 한 예로 사천·남해·하동이 합쳐진 지역구인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각 지역에 1개씩 3개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후원금 1억5000만원 가운데 1억원을 지역구 사무실 운영에 사용하면 남는 돈은 약 5000만원 정도.

입법과 정책활동을 위한 토론회, 공청회 개최와 지역 유권자들에 의정활동을 알리는 의정보고서를 사무처의 정책 및 홍보 지원비(약 4000만원) 내에서 소화한다고 해도 5000만원 정도로 각종 식사 약속 등 다른 정치활동을 모두 소화하기는 만만치가 않다는 게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의 토로다. 출판기념회와 같은 추가 수입에 미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전당대회나 지방선거 출마 등 개인적인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는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다. 전당대회만 하더라도 출마자들은 기탁금 8000만원을 내야 하고 캠프를 운영하는 비용도 별도로 충당해야 한다.

최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일부가 별도 사무실 없이 의원실을 캠프로 쓴 것도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주로 이뤄지는 시기도 이런 정치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을 때다. 자신의 세를 가시하는 목적 외에 금전적인 실탄 마련의 목적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벤트가 없다면 넉넉하진 않아도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출판기념회 없이도 의정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출판기념회를 아직 한번도 하지 않은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입법, 정책 개발이나 의정 홍보 등은 사무처에서 지원하는 금액 내에서 사용하는 등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로 빠듯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기형적인 출판기념회 대신 후원금 한도를 조금 더 늘리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슨 정신없는 소리냐?"…출판기념회 낳은 오세훈법 10년

"‘무슨 정신없는 소리냐?"

2004년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내놓았을 때 국회의원들의 반응이었다.

"아무리 지금 당이 궁지에 몰려 있기로서니 이렇게 소액다수로 하게 되면 오히려 범법을 낳고, 국회의원들을 전부 범죄인화시키는 부작용이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과격한 안을 내놓고 수용하라고 하느냐’는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안으로 소득공제를 내놓고, 처음 6개월에서 1년은 모금이 힘들겠지만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전제가 된다면 정말 바람직한 후원회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데 많은 의원들이 동의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해 1월 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특위 간사가 한 말이다.

대선에서'차떼기 불법 선거 자금'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감히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오 전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총선 불출마를 감행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해 2월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소액다수주의를 표방하는 개혁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일명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이다.

소액다수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10만원 이하 후원금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도 마련됐다. 오 전 의원의 말처럼 소액 후원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민심은 이미 '돈정치'에 등돌린 상태였다. 특위 보고에서 정의화 위원은 "아주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4당 간사 간에 충분히 토론을 거쳤던 것이지요?"라고 간략히 묻고 정치자금법개정안 토론을 종결했다.

'오세훈법'의 골자는 시민단체들이 만들었다.

박세일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민변과 경실련,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가 '소액다수후원'을 활성화하는 정치자금법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여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통합된 법안이 바로 '오세훈법'이다.

오세훈법의 핵심은 정당후원회와 법인 기부를 금지하는 등 고액 기부행위를 감시해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액 기부자에게는 '자율성'을 부여해 소액다수 후원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주요 골자는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기탁 금지 △10만원 이하 소액기부 등 1만원 단위 무정액영수증 발급 △의원별 후원금액 1억5000만원으로 제한(전국선거 있는 해 3억원)이다.

오세훈법 10년. 정치자금법은 여전히 국회의원 300명에게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목표로 했던 '소액다수주의'도 현실화됐다.

문제는 역이용된 소액다수주의다. 법인과 단체의 기부를 막은 탓에 단체에 소속된 개인이 10만원씩 돈을 쪼개서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2010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청목회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급여를 높이고 정년을 연장해 달라"며 10만원씩 돈을 모아 5000만원 가량을 후원했다. 검찰은 이를 '뇌물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검찰은 부자가 아닌 자가 감히 남의 돈 받아가며 정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로비했다고 치자. 그게 대의민주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도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제45조2항 제5호는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지만 재판관은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석에선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모 의원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면, 하다 못해 금액이라도 올려주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공식적으론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제밥그릇 챙기기'란 오명을 쓸 수 있어서다.

오히려 강화된 법안들은 줄을 잇는다. 지난 6월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은 행정부처나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이 개인 자격으로도 해당 기관이 소속된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이나 지역구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출판기념회는 이같은 분위기에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기부 문화'이다. '경조사비'로 분류돼 세금을 내지도 회계처리도 하지도 않는다. '정치자금 투명화' 법안이 낳은 가장 불투명한 정치자금 모집 관행인 셈이다.

출판기념회, 횟수제한·수입공개…여·야 대책 '말로만'

출판기념회에 쏠리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여야도 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밥그릇 지키기' 속내로 인해 반년이 넘도록 관련 조치들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입법로비 의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가 스스로 숟가락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출판기념회 준칙' 제정을 추진중이다. 준칙안에 따르면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 4년 임기 중 2번까지로 제한하고 국정감사, 정기국회, 각종 선거기간엔 열지 못하도록 했다. 화환 수령, 현수막 게시 등을 제한하고 참석 인원을 500명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준칙안을 내놓은지 6개월이 넘었지만 윤리실천과 같은 국회개혁 어젠다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표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올초 정치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출판기념회 관행 개선을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당 정치혁신실행위원장이던 이종걸 의원이 국회에 대표발의한 국회의원 윤리실천 특별법은 출판기념회 도서 판매를 '정가'로 하고, 수입과 지출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했다. 회계투명성을 높여 '묻지마 정치자금'이란 딱지를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대표했지만 소속의원 125명이 서명, 사실상 당론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부준칙보다 강력한 법률제정을 제안했지만 난관이 적지않다. 법률 신설은 개정보다 시일이 오래 걸리고, 여론수렴도 거쳐야 한다. 야당 법안은 경조사 통지 금지, 공항귀빈실 사용금지, 의원 배우자의 금품수수 금지 등 윤리강화 방안도 담았다. 거꾸로 이처럼 강력한 내용 때문에 통과가 쉽지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투명한 회계처리를 도모하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정가로 판매하지 않거나, 수입과 지출을 허위신고하는 경우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여야가 스스로 목을 죄는 출판기념회 규제법을 흔쾌히 통과시키겠느냐는 비관론이 적지않다. 정치권의 자정 해법이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이며, 따라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출판기념회, 관건은 '투명성'….회계처리·감시강화 '해답'

출판기념회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나라 정치문화 속살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슈다. 2000년대 초반 정치개혁 요구가 높아지며 부정한 정치자금, '검은 돈'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임계점을 넘었다. 여야 가릴 것없이 강력한 정차지금 규제를 도입한 게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다.

정치인에 대한 법인(기업)의 기부를 금지하고 후원금 한도를 정한 게 골자다. 단 출판기념회, 서예전과 같은 일부 행사는 회계처리 의무대상에 넣지 않았다. 최소한의 융통성은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만든 제도가 시행 10년쯤 되자 재개정 요구에 직면했다. 정치자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치권이 비교적 깨끗해진 순기능은 있었지만, 여전히 돈 드는 정치구조가 유지되면서 출판기념회는 선거 '실탄'을 마련하기 손쉬운 창구로 변질됐다.

그러나 정치인에게만 '돈 안드는 정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치개혁 요구 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다. 원론적으론 깨끗한 정치를 요구하면서도, 우리 지역구 의원은 한 푼이라도 지역예산을 더 따내길 바라는 게 유권자 심리란 것이다.

정치자금 모금 길을 터주고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점차 달라져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선거가 없는 해 국회의원 1인당 1억5000만원, 선거 있는 해엔 3억원인 후원금 한도를 상향할 필요를 제기한다. 출판기념회도 회계처리 대상에 포함한다는 투명성의 원칙이 전제이다.

미국처럼 법인 기부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로비돴를 극도로 꺼리는 우리 국민정서상 쉽지않은 일이다.

조대수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자금법이 투명성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줬지만 규제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운동 (금지)행위에 집중하는 것보다 돈의 흐름과 투명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몰라도 정치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단체의 경우 공개를 전제로 자금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판기념회는 막을 일이 아니라돲면서도 돱현금영수증 발부 등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체의 기부 허용에 대해선 "시민단체가 기부하더라도 대부분 기업이 주는 돈으로 기부하게 되면 돈의 정치를 합법화하는 셈"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세부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만큼 사회 각계의 의견개진과 충분한 토론,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스스로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법제화로 실천함으로써 자정의지를 보여주는게 시급한 시점이다.

투명성을 전제로, 자금 모금과 사용처가 떳떳하다면 용인하는 `신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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