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이에게 속 마음 말하기" 요즘 익명 SNS가 뜬다

"모르는 이에게 속 마음 말하기" 요즘 익명 SNS가 뜬다

이해진 기자
2014.09.10 08:00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SNS에 '익명'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익명 SNS'의 대표주자인 '위스퍼'는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인기 SNS로 급부상했다. 역시 미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시크릿'은 최근 SNS 업계 큰 손인 페이스북으로부터 1억달러(1055억)에 인수 러브콜을 받았고 구글벤처스도 시크릿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크릿은 페이스북처럼 지인의 글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지만 해당 글을 쓴 사람이 모두 익명으로 노출돼 누군지 알 수 없다. 반면 위스퍼는 일면식 없는 익명의 소수가 타인과 비밀을 공유한다. 위스퍼는 지난해 약 245억원(240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이어 최근에 세코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과 기존 투자사 라잇스피드 벤처스(Lightspeed Ventures) 등으로부터 215억원(2100만 달러) 상당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에서도 하나둘 익명 SNS가 생겨나고 있다.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익명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우리학교 삐야기', 익명 랜덤 채팅인 '살랑살랑 돛단배', 20·30대 여성 타깃의 감성 익명 SNS '센티' 등이 있다. 통신서비스업체 온세텔레콤도 지난 7월 기존 폐쇄형 SNS에 익명형 SNS를 조합한 '펜스'를 출시했다.

서비스 이용자도 늘어나 우리학교 삐야기의 경우 사용자 수가 10만명, 국내 및 일본에서 서비스되는 살랑살랑 돛단배는 사용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서비스를 런칭한 센티는 2개월만에 사용자 2880여명을 확보했다.

센티의 앱개발사인 스타트업 아이노블의 허준 대표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이 익명 SNS를 찾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차마 친구나 지인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공개하는 데서 오는 '해방감'과 익명의 타인으로부터 받는 위로가 정서적 위안을 준다는 것.

실제로 익명 SNS에는 자살이나 우울증 같은 심각한 고민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센티에는 실제로 한 이용자가 자살을 고민하는 글을 남겨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허 대표와 팀원 모두가 나서 직접 운영자 댓글을 남기며 진화에 나섰다. 허 대표는 현재 우울증 상담 센터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청소년 고민 상담 앱 '홀딩파이브'에도 왕따나 자살 등의 고민을 털어놓는 10대들이 많다.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여고생이 만든 '홀딩파이브'는 심리학 용어인 '홀딩 이펙트'(Holding effect)와 위기의 순간인 '골든타임 파이브'를 조합한 것이다. 익명으로 운영돼 왕따나 자살 등의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함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앱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기부자들도 있다. 강지원 변호사, 성우 김종성과 서혜정, 가수 김태우 등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익명성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의 악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 SNS '이크야크'는 10대들 사이의 괴롭힘과 협박 등에 이용되며 시카고 주와 인근 고등학교에서 사용 금지령이 내려졌다.

최근 브라질 법원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시크릿을 삭제하고 설치된 기기의 앱도 원격으로 삭제하라고 명령하고 위반시 매일 9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욕설과 악의적인 루머 등이 문제가 되며 내려진 판결이다.

익명 SNS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VC들의 평가는 국내외 시장을 기준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 대형 VC는 "SNS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진부하다는 게 한국 VC들의 전반적인 인식"이라며 "익명 SNS의 경우, 아직 대표적 익명 SNS가 없는 일본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익명 SNS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공유형 SNS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익명 SNS 센티/사진=센티 초기화면 캡처
익명 SNS 센티/사진=센티 초기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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