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개선 해 넘기나" 숨 넘어가는 국민들

"건보료 개선 해 넘기나" 숨 넘어가는 국민들

이지현 기자
2014.11.24 07:30

복지부, 국민불편 방관, 담당자도 공석…개선기획단 내부서도 "의지 없다" 비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경기 구리시에 사는 윤모씨는 개인택시를 운영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개월 간 개인택시를 휴업했을 때는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올라가 건강보험료(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7월 다시 택시를 몰며 매달 14만7610원의 건보료를 내고 있다. 윤 씨의 소득은 연 111만원 정도다. 하지만 월 250만원의 연금소득을 올리는 윤 씨의 지인은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윤씨는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찾아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는) 아무 소득 활동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죽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며 항의했다.

#광주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주부 장모씨는 2011년 8월1일 직장을 퇴직한 후 4만1680원씩 내던 건보료가 17만1560원으로 급등했다. 퇴직 후 소득이 없어졌지만 과세표준 1억1280만원짜리 부동산과 2143cc 자동차에 건보료가 붙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수차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건보공단 직원은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가 시행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부과체계 개선안은 아직까지 발표조차 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부과체계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선안 발표가 수차례 미뤄진 데 이어 주무과장마저 공석이 되자 "개선안 발표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 "발표하겠다" 말만 수차례…국회 토론회마저 최종안 공개 거부로 무산=지난해 8월28일 복지부는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선을 위해 '개선기획단'을 연말까지 운영, 논의 결과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소득 자료를 내놓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없다는 핑계로 발표 시기는 미뤄졌다.

이후 복지부는 발표 시기를 올해 3월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고, 이후 발표 시기는 6월로, 다시 9월로 계속 연기됐다. 9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다던 개선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 업무 담당자인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보험정책과장은 두 차례나 바뀌었다. 지난 10일 담당 과장이 장애인정책국장으로 승진하면서 현재 이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발표 시기조차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무 업무를 담당할 책임자도 없는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3일 정부의 개선안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 토론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열리지 못했다. 복지부에서 개선안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기획단 내부서도 "복지부 의지 없다" 비판 나와=복지부의 이 같은 태도가 계속되면서 개선안을 논의했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내부에서조차 "복지부에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획단에 소속됐던 한 위원은 "현행 부과체계가 바뀔 경우 고소득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 입장에서는 부과체계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금의 부과체계는 직장에 다니지 않고 소득이 적은 서민층에 다소 불합리하게 설계돼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득과 함께 재산, 가족 등에 추가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한해 5700만 건의 민원 대부분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 위원은 "당초 기획단 회의에서 1안인 소득중심의 단일안, 2안인 현실적 소득중심 개선안, 3안인 복지부 안을 두고 공청회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무산됐다"며 "복지부가 개선안을 발표하더라도 큰 변화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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