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못이겨 간첩이라고 허위자백을 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70대 남성이 법원의 재심을 통해 3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양모씨(77)에 대한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1976년 제주도에 살던 양씨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접촉한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당시 수사관은 양씨에게 팬티만 입힌 채 200장씩 진술서를 쓰게 했으며,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각목으로 때리고 5~6일간 잠을 재우지 않았다. 또 " 맞아 죽기 전에 바른대로 말하는 것이 좋다"며 양씨를 수시로 폭행하면서 자백을 강요했다.
결국 양씨는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는 허위자백을 하게 됐고, 이듬해 기소되어 1978년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이후 양씨는 "고문으로 받은 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지난해 11월 양씨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앞서 재심사건을 맡은 서울고법은 "피고인은 불법구금된 상태였고, 조사받을 당시에 고문에 의해 임의성이 없는 허위자백을 한 이후 그 심리상태가 검사의 조사단계, 법정까지 계속된 경우에는 검사 앞이나 법정에서의 자백도 임의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