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가구가 아니다, 사물인터넷의 새 강자다

이케아는 가구가 아니다, 사물인터넷의 새 강자다

테크M 편집부 기자
2015.04.22 05:45
이케아의 전 세계 가구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이케아의 전 세계 가구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 스웨덴의 거대 가구기업 이케아(IKEA)가 경기도 광명시에 매머드급 매장을 개관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이케아의 전 세계 가구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이런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가구 기업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우리나라 가구 사업이 주는 인상은 한 마디로 수십 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원재료, 가공 및 조립, 유통,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가구의 ‘사업 연쇄(business chain)’는 우리 이전 세대의 그것과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끼기 어렵다.

그나마 신체 구조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보다 인간공학적인 디자인이 도입됐거나 원재료 생산과정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나 목재 채벌에 따른 탄소배출량 규제로 가구 생산의 환경 규제 요인이 강화돼 제조 공정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 등이 변화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산업에서나 있을 수 있는 개선일 뿐, 소위 파괴적 혁신에 준하는 비약적, 질적 변화는 아니었다. 이는 통신, 가전, 유통, 콘텐츠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할 뿐만 아니라, 최근 몇 차례 거대한 질적 변화를 겪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50%의 비결

우리나라만 떼어놓고 본다면,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과점적 대기업이 등장하지도 않은 채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끼리 경쟁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가능한 걸까? 게다가 이 산업은 높은 고정비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도 아니고, 고도의 모방 불가능한 기술이 요구되는 지식집약적 산업도 아니다. 여러 경제 외적 요인 때문에 법으로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인허가 산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세계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단일 기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해답은 지구상의 모든 가구 기업들이 오래된 가구 사업의 방식에 안주하고 있을 때 이케아는 홀로 그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케아의 패러다임 전환은 마치 미국에서 시어스로벅에서 연원한 반세기의 유통업 패러다임을 월마트가 할인점 패러다임으로 잠식해 들어올 당시의 상황에 비견할 수 있다. 이케아는 기존에 조립이 완성된 상태의 유통, 가구의 고가성과 내구성이라는 패러다임을 구매자의 직접 조립, 가구의 저가성과 교체성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뒤바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석연치 않다. 월마트가 할인점이라는 패러다임을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미국에는 유사한 방식의 사업을 하는 점포들이 많았다. 월마트 이전에도 마티 체이스가 창업한 앤&호프, 스파르탄, 맘모스마트, 해리슨, 자이어&알란스 등이 있었다. 월마트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K마트가 등장했고, 프랑스에서는 까르푸 등의 현지 기업과 경쟁했다. 그러나 이케아와 판매 방식이 유사한 가구업체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이케아의 독주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이케아가 세계 각국에서 모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지배력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지속적인 지식재산권 관리정책을 들 수 있다. 이케아는 이미 국내에 다수의 특허권과 디자인권, 그리고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특허권 6건, 디자인권 9건, 상표권 56건을 포함해 70여 건의 등록된 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웅, ‘IKEA의 법적 권리에 대하여’, 월간 디자인, 2015년 2월호)

이케아는 ‘MWC 2015’에서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내장된 가구를 공개했다.
이케아는 ‘MWC 2015’에서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내장된 가구를 공개했다.

철저한 지식재산권 관리로 모방 차단

이케아와 혼동할 여지가 있는 일체의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 방식, 판매 방식, 물품 운반수단이나 각종 포장 패키지 등 까지 온갖 보호장치를 구비해 놓았다. 어느 한 가지라도 이케아의 사업 연쇄와 유사한 방식이 존재하면 사실상 모방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마치 HP가 잉크젯 프린터에 관련된 가능한 모든 특허를 구비함으로써 어떤 대기업도 잉크젯 프린터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봉쇄해 놓은 전략과 유사하다.이케아가 또 한 차례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무선충전이 가능한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나 그런 스마트폰이 작동하려면 무선 충전되는 전원을 발신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케아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모바일 기기를 무선 충전할 수 있는 테이블과 책상, 램프 등을 출품했다. 물론 가구에는 유선으로 전력이 연결돼 있다. 이 무선 충전 가구들은 4월 15일부터 유럽과 북미에 출시하고,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케아의 이런 시도는 산업 간 경계를 넘는 융합을 지향하는 또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케아가 근시일 내에 데이터 통신기능이 융합된 가구를 출시하게 되면 사물인터넷(IoT)의 강자로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는 것은 이케아가 이미 스스로를 가구 사업자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케아의 매출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구 못지않게 가구에 부속하는 여타 생활용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케아는 이미 주거 및 사무공간 내의 ‘삶’을 파는 사업자가 돼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케아를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가구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마치 아마존을 온라인 서점으로 분류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과 같다.

이케아의 성공은 새로운 가구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가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저렴한 가격을 이끌어 냈다는 데 있다.
이케아의 성공은 새로운 가구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가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저렴한 가격을 이끌어 냈다는 데 있다.

‘스마트’보다는 사업모델 혁신이 관건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맞춰 국내 가구업체들의 대응은 대부분 유통방식 변경에 초점을 뒀다. 예를 들어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마진도 그리 높지 않은 건설사 판매 비중을 점차 낮추고 직영 매장 또는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린다든가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만 가지고는 이케아에 대항하기에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가구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대응은 스마트 가구의 개발이다. 일부 선도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IT와 융합해 건강 측정이 가능한 침구류, 학습이나 업무 효율을 올려주는 책상이나 의자 등의 제품을 서서히 출시하고 있다. 이런 대응은 당연한 것이고 거역할 수 없는 추세다.

앞으로 융합 제품 자체로만 놓고 보면 가구 사업이 헬스케어, 에너지, 가전, 레저, 교육사업 등과 구분하기 힘든 방향으로 변모할 것은 확실하다.따라서 국내 가구 산업이 이케아에 맞서 생존을 유지하려면, 제품 자체의 변신보다는 일단 사업 연쇄 측면에서 이케아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방식을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케아가 몰고 온 폭풍의 핵은 일단 저렴한 가격이다. 이케아의 성공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가구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플랫팩(flat packs, 포장)으로 전환하고 그에 맞는 구조로 전후방의 모든 사업 연쇄를 바꿈으로써 저렴한 가격을 이끌어 냈다는 데 있다.

국내 가구기업도 단지 기발한 스마트 가구 제품이나 아직은 배아 단계에 있는 IoT에 당장 기대를 걸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제품의 틀은 유지하되 그 사업 연쇄 과정 자체를 혁신해 원가를 대폭 낮추는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이케아에 대항한 일본 니토리의 전략일본의 니토리는 이케아의 진출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시장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니토리의 연간 매출은 약 3조 원대로 7000억 원대의 이케아를 압도하고 있다.

니토리는 이케아와는 다른 방식의 사업 연쇄, 일종의 SPA(Specialy stores/retailiers Private-lavel Apparel)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SPA 방식은 직영 매장과 생산 공장을 직접 운용해 원가를 절감하면서 고품질을 유지하고, 현장의 수요가 즉각 생산에 반영돼 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식의 운영을 뜻한다. 니토리는 역시 이케아의 공세에 맞서 저렴한 가격을 최대의 경쟁력으로 삼았다. 물론 품질을 희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렇게 해낼 수 있었다는 것에 핵심이 있다. 2006년 일본에서 이케아가 개점했을 때 이토리는 최소한 이케아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인하했다. 또 이케아처럼 도시 외곽의 대형 매장이 아니라 도심 곳곳의 작은 매장을 운영해 고객이 제품에 접근하는 절차를 근본적으로 차별화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인에게는 어색한 이케아의 서구식 디자인보다 일본인의 심리에 더욱 호소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다가갔다. 이런 니토리가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가구 산업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 IoT는 거역할 수 없는 추세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IoT는 조금씩 작은 시도를 통해 확산돼 나가야 할 기회인 것은 맞지만, 당장 매출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가구 사업은 앞으로 IoT가 자리 잡게 될 네 가지 거대한 영역 중 하나다. 유형물은 크게 고정물과 이동물로 나뉘고, 고정물도 장기 고정물과 단기 고정물, 즉 시설물과 부착물로 나뉠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부착물의 대종을 이루는 것이 가구다. 이동물은 신체지향물과 신체비지향물로 나뉠 것이다. 신체지향물의 대표가 의류와 각종 신체 부착물들이다. 신체비지향물은 신체의 외부에 분리돼 가치를 발하는 모든 사물을 의미한다. 가구와 그 부속물은 미래 사물인터넷 체계를 구성하는 4대 영역 중의 하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이케아의 IT 융합 가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현상의 의미를 결코 심상찮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oT의 성공 여부는 동일한 플랫폼을 따르는 상품을 얼마나 많이 확산시켜 놓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가구기업들이 IoT의 주역으로 살아남으려면 데이터 통신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가구 자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니토리와 같은 성격의 서비스 혁신을 통해 일단 시장점유율을 상승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 강자가 없는 국내 가구 시장의 상위권 업체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인수합병과 같은 적극적 구조조정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통신 프로토콜을 비롯한 다양한 표준 공조까지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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