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인공지능-데이터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 시도하자

인공지능 세션의 토론자 세 명은 모두 국내 인공지능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 김진형 교수는 오랫동안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소장으로 활동한 인공지능학계의 대부이고, 백승욱 대표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인식기술 클디를 창업했다. 이경전 교수는 세계인공지능학회가 수여하는 인공지능혁신응용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들이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토론자: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이경전 경희대 교수
백승욱 클디 대표
인공지능 기술의 현실은
이경전지난해 ‘테크M’에 기고한 글을 통해 휴먼로봇 시대는 아직 멀었다고 주장했다. 소프트뱅크 페퍼, 애플 시리 등이 모두 다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떤가.
백승욱흔히 인공지능 하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을 생각하기 쉽다. 현재 기술 수준은 단순히 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정도다. 실제로 만들어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려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그것도 정제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사람을 키우려면 최소한 10년이 필요한 것처럼 기계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몇 가지 특수 상황에서만 가능한 정도다.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것처럼 로봇이 애인이 되는 건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얘기라고 본다.
김진형40년 동안 인공지능을 연구해 온 입장에서는 이젠 뭐가 새롭게 나왔다고 해도 흥분하지 않는다. 그저 ‘성능이 조금 더 개선됐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에는 크게 두 가지 산맥이 있다. 하나는 신호처리고, 다른 하나는 지식처리다. 그동안 지식처리와 신호처리 사이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좋으냐를 두고 계속 논쟁이 있었다. 최근 IBM의 왓슨은 지식처리시스템의 개가다. 굉장한 성과를 보였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와는 달리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딥러닝 같은 기술은 신호처리시스템이다.
뉴럴 네트워크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두 가지 방향은 결국 서로 상호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방향 모두 아직 완벽하지 않다. 모든 인공지능 시스템이 하나의 사례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건 약간의 속임수다. 이런 것도 된다를 보여주지만 모든 사례에 적용할 만큼 범용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큰 기대도, 부정적인 시선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는
이경전구글의 무인자율주행 자동차 이야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이 기술의 상용화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 구글이 말하는 인공지능 자동차가 상용화 된다면 언제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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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욱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캘리포니아의 무인자동차 실험과 같은 사례는 특정 지역에서의 테스트이고 운전 정보가 제한적이라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생명이 걸린 사안이라는 점이다. 0.0001%라도 기계의 오판 가능성이 있고, 특히 그 대상이 사람이어서 내지 않을 사고를 낸다면 안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무인자동차가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사람보다 안전하다는 벽을 넘는 것이다.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10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김진형소프트웨어의 특성은 ‘점진적 개선’이다. 처음 시도할 땐 잘 못하는 것 같아 보인다. 버그도 많고 성능도 초라하다. 하지만 계속 개선하다보면 어느 날 성과가 이뤄져있다. 점진적으로 이뤄지니 사람들이 잘 못 느낄 뿐이다. 2020년쯤 되면 사람이 눈감고 있어도 기계가 알아서 운전하는 차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무인자동차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지도인데, 자동차한테 아무데나 가봐라 이렇게 지시하면 못 간다. 하지만 지도에 표시된 곳은 다 간다. 특정 목표를 주면 거기에 맞는 것을 만드는 건 가능하다. 대전 KAIST에서 강남까지 오는 건 수백 억 원만 투자하면 금방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경전구글은 애드센스로 돈 버는 회사다. 구글의 셀프드라이빙카가 실패해도 잃는 게 없다. 교통 인프라가 머신 중심으로 된다면 구글은 애드센스만 자동차에 작동시켜도 충분하다. 잃을 게 없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시험주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옆에 사람이 타서 언제나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상태에서 진행한다.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다. 맞다 틀리다의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인공지능에 기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예측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인류에 위협이 될까
이경전딥러닝과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이 입을 모아 인류 사회에 위기를 가져온다고 점치고 있다. 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진형나는 세 사람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인공지능이 사람을 흉내 내는 기술은 상당 수준 올라와 있다. 외국어를 자동 번역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화를 하는 것도 그 예다. 하지만 사람처럼 자아를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생명체, 이런 건 다 상상 속 영화 이야기다. 거기서부터는 마음대로 얘기해도 상관없다고 본다.
백승욱저도 비슷한 의견이다. 영화의 영향이 너무 크다. 자아의식 설계에 대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감조차 안 온다. 컴퓨터는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이 가능하다. 자아의식을 가지려면 어떤 형식으로 데이터를 줘야 할지 정의조차 할 수 없는 단계다. 경고가 나오는 정도의 문제 상황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맹신하고 모든 통제권을 주는 상황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개발자 출신 사업가로서 딥러닝을 사회에 어떻게 녹아들게 할지를 고민한다. 당장은 통제권을 줄 수도 없다. 컴퓨터는 조금만 복잡해도 사람만큼의 유연성을 가지지 못한다. 의미있는 성과를 내려면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그 데이터를 누가 만들어주나?
연구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인공지능 학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을 대체하거나 사람이 없어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더 편하게 일하도록 도와주고 사람이 귀찮아하거나 할 수 없었던 것, 예컨대 2의 100만 제곱 계산 같은 것을 대신하는 것이다. IBM의 왓슨이 좋은 예다. 왓슨은 의사가 돼 환자를 치료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의학저널을 분석해서 치료 제안을 하는 것이다. 최종 결정권은 의사에게 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에 통제권을 주는 상황은 가까운 시간 안에 일어날 것 같지 않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청중 질문)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려면 의식과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그걸 구현할 방법이 없다. 뇌 과학자들도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왓슨 연구자들도 뇌 연구를 안한다. 그렇다고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SF적 생각에서 인공지능을 이야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인간과 같은 의식 수준의 지능이 아니라 굉장히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기계가 자동화되면서 사람의 참여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 프로그램이 스스로 수정하는 기능을 어느 수준으로 허용할 것인가.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대한 윤리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부분을 너무 쉽게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문제다.
이경전우리가 보는 인공지능은 로봇이나 특정 지능형 서비스보다 ‘은근한 지능’같다. 기계가 모든 가정의 활동이나 온도를 알고 ‘은근하게’ 조정한다. 질문자께서는 사물인터넷 기기가 우리 삶을 은근하게 통제하는 상황을 우려하신 것 같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결국 인간의 소유물로 법 제도적 장치 안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과 로봇을 비교하는데, 로봇도 결국 누군가의 소유다. 소유자를 통제하면 된다. 제조물 책임법 수준으로 다뤄야지 로봇 윤리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진형어려운 이야기다. 자동화는 이미 굉장히 많이 진행됐다. 회사는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운영을 효율화해 돈을 벌겠지만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없다.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고용률은 이미 40%가 안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본주의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공지능 분야는 아직 윤리를 논의할 정도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흉내내는 정도다. 컴퓨터가 스스로 배우는 것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아직 이른 주제가 아닌가 한다.
5년 안에 나올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경전인공지능으로 과연 5년 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까.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어떤 것을 개발하면 좋을까.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은행이나 유통 제조업 이런 분야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백승욱거기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능적 비서 서비스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사람에게 맡기지 못하는 복잡한 일들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내 사진 10만 장 중 내 독사진을 찾는 일 같은 것은 사람이 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국내 회사들이 언급됐는데, 대기업들이 자금을 투자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그걸로 이용자가 불편해 하는 부분을 자동화하는 비서 역할을 하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야는 우리 같은 돈 없는 스타트업이 할 수 없다.
김진형먼 앞날을 내다보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쉽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을 꼽자면 우리 주변에서 할 일을 찾는 것이다. 과연 정부가 주는 복지 혜택이 정말 필요한 사람한테 가나? 최근 송파구 세 모녀 사건만 봐도 복지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찾아가는 복지를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시그널 프로세싱, 알고리즘, 데이터 등을 이용해 학습을 시키는 건 어느 정도 준비된 것 같다. 그걸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에선 머신러닝 콘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던져주고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겠다. 알고리즘은 알아서 가져오라는 것이다.
여기서 학습하는 아이템이 재밌어야 한다.올해 말 삼성전자의 주가가 얼마가 될 지,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누가 우승할 지 등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참가팀은 대학생이나 회사원, 심지어 고등학생도 상관없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지식(knowledge) 프로세싱이다. 매우 많은 지식을 구조화해야 하는데 상식 구조화가 어렵다. 경계가 없다. 흔히 비서를 이야기하는데 비서가 하는 일이 무척 많다. 지식 구조화는 대학 교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능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실용화하고 그것이 경쟁력 있게 하는 것은 정부 연구소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리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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