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이젠 내 차례" 나눠 먹는 권력, 상임위원장

국회에서 입법 활동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국회의원은 누굴까. 법안을 발의해 이를 통과시키는 법안가결률이 가장 높은 지도부는 국회의장도, 여야 당대표도 아니다. 각 상임위별 상임위원장이다.
19대 전반기 국회 2년 간 국회에 제출된 총 8717건의 법안 가운데 상임위원장은 지도부 중 가장 많은 평균 46.9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평균 4.1건의 법안을 가결시켰다. 평균 8.6%의 법안가결률이다. 전체 평균 법안가결률 5.3%보다 3.3%p 높다. 여야 구분없이 상임위원장이 일반 의원은 물론 당 지도부보다 입법성공률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법안 심사와 논의가 상임위 단위로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장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상임위원장의 입법 역량과 전문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도 된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관은 "최근 당내 경선을 통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라며 "상임위원장이 입법 의제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정치적 자원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국회에서는 상임위원장은 중진 국회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나눠맡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임위에서의 논의를 조율하고 여야 간 합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정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때문에 주로 3선 국회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18개 상임위 중 여당이 10개, 야당이 8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임기는 상임위원과 같이 2년이지만 연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대한 많은 국회의원들이 골고루 상임위원장직을 거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상임위 기능과 역할에 맞는 능력보다는 중진 국회의원 몫의 자리 챙겨주기 성격이 더 강하다보니 전문성보다는 의원 개인의 의사나 편의, 심지어 이권에 따라 배치가 이뤄지는 일이 다반사다.
상임위원장 인선을 놓고 같은 당 동료 의원들끼리 자리다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독자들의 PICK
지금 3,122명 읽는 중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상임위원장 인선 대상인 3선 의원은 28명에 달해 상임위원장 자리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1년 전 19대 국회 후반기를 시작할 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설훈·박주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김동철·노영민 의원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물러서지 않자 각각 1년씩 나눠 맡기로 편법을 쓰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비해 상임위원장 자리는 많으면서 3선 의원 수는 22명으로 더 적다. 상임위원장을 맡고도 다른 당직이나 공직까지 욕심을 내는 의원들이 생겨 빈축을 사기도 했다.
상임위원장을 '3선'으로 한정하다보니 4선 이상 고참 의원들의 풍부한 의정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해 외교통상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정할 때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에 밀려 포기한 사례가 있다.
이재오 의원은 5선이지만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적이 없어 20년 가까운 의원 외교 경험을 살려 외통위원장을 희망했지만 3선 몫이란 주장에 물러서야 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임위원장 인선 방식이 상임위, 더 나아가 국회의 의정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상임위 중심주의가 강조되는 추세임에도 상임위원장의 전문성은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우선 2년마다 상임위원장을 바꾸는 관행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상임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의 방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상임위원장 임기를 제한하지 않는 방향 또한 검토 중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세연 의원은 "국회의장을 낸 다수당이 상임위원장과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다 맡아 책임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으로서는 동의하기 힘든 방안이지만, 장기적는 여야를 떠나 국회 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상임위원장 '샅바싸움'에 42일 노는 국회, 개원 때마다 홍역

#. 2012년 총선을 마친 여야는 19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팽팽히 맞섰다. 새누리당은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당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중 한개 상임위를 야당에 넘겨줄테니 야당 몫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야당은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야당이 갖고, 핵심 3개 상임위 중 한 곳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기한을 40일 넘긴 7월9일에야 본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10곳, 민주통합당 8곳 등 18개 상임위원장을 확정했다. 이 기간동안 전세자금 지원,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현안과 관련된 108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위원장의 권한과 역할이 크다보니 여야 지도부는 유리한 상임위를 차지하려고 안간힘이다. 이 과정에서 민생법안이나 국회운영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현행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총선 후 선임된 날로보터 임기 개시 후 2년이 되는 날까지로 한다. 임기 만료 기준일은 5월29일이다. 다음 상임위원장을 이때까지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법정기한 내 원구성을 마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1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3대 국회 이후 14번의 원구성 중 가장 빨리 이뤄진 때는 18대 국회 후반기다. 정해진 날보다 9일 늦게 원구성을 마쳤다. 반면 14대 전반기에는 125일이나 늦어졌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중립내각구성 선언으로 대선을 앞둔 김영삼 민자당 총재와의 애매한 관계가 국회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민자당이 집권당 프리미엄을 상실한 만큼 동등한 자격으로 원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당은 대선일을 이듬해 1월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소용돌이 정국이었다.
평균적으로 원구성은 국회의장 선출보다 20일가량 더 걸렸다. 국회의장의 선출기간이 국회법 기준일 이후 평균 22.8일이 소요된 반면 원구성 기간은 평균 42.2일이 소요됐다.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심사·처리하는 법사위나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원내 상임위 권력의 정점이다.
19대 전반기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올린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상정을 거부한 것이나, 지난 5월 이상민 위원장이 법사위를 통과한 57개 법안에 대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예결위 역시 지역예산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가장 경쟁이 치열한 상임위다. 위원장으로 선출되면 '다음 총선은 따논 당상'이란 말이 공공연하다. 5월 새누리당 몫인 예결위원장에 김재경 현 위원장과 주호영 정보위원장이 크게 맞붙기도 했다.
국회법이나 국회규칙에 상임위 정수만 나와있을 뿐 여야가 어떻게 상임위를 배분할 지 정해진 게 없다. 의석수에 따라 교섭단체간 합의를 통해 관행에 비추어 정해진다. 그동안 국회는 운영위를 여당이, 법사위를 야당이 가져가곤 했지만 이 마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정해진 룰이 없다보니 4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기싸움이 원구성 지연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원구성 지연은 국회 신뢰도 하락과 연결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슈와 논점'을 통해 "원구성은 국회의 작동을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명분으로도 지연사태를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조사관은 "후반기 원구성이 지연될 경우 전반기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다음 선출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내가" "무슨 소리" 상임위원장 교체 진통…왜?

19대 국회 후반기가 1년여 가량 남으면서 국회 일부 상임위원회에서는 '위원장 배턴터치'가 진행중이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후반기 상임위원장 결정 당시 '자리다툼'이 나면서 '1년 단기직'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1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정보위원장, 윤리특별위원장을 각각 선출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각각 김재경·주호영·정수성 의원을 후보자로 내정하는 안건을 추인했다. 비상설위원회의 경우 관례적으로 위원장을 1년마다 교체해왔다.
하지만 '1년 교체'조차 순조롭게 배턴터치가 이뤄지지 못한 상임위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설훈 위원장에서 같은당 박주선 의원으로, 위원장을 교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위원장인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노영민 의원으로 위원장직 교체를 합의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의총을 열지 못해 교문위원장 교체까지도 미뤄진 상태다.
이렇듯 의원들이 '단기직'을 불사하고라도 위원장 자리를 맡고자 하는 것은, 위원장에게 정치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유무형의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유형의 권한으로는 '의정활동비' 혹은 '특수활동비'라는 이름의 수당이 대표적이다. 여당 원내대표는 월 5000만원 가량, 야당 원내대표 4000만원, 상임위원장 등은 평균 1000만원 안팎의 활동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2009년 99억원, 2013년 87억원 등 매년 80억원 상당을 특수활동비로 지출하고 있다.
의정활동비는 일종의 급여 개념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며 사용용도나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특수활동비의 특성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활동비를 사사로이 사용한 내용을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 조사에서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돈 1억2000만원에 대해 "국회 원내대표 시절 국회 대책비로 받은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을 집에 생활비로 줬고 아내가 현금으로 모았다"고 해명했다.
입법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 또한 지난달 재판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받은 직책비를 아들의 유학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렇듯 상임위원장의 활동비는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에따라 지난달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국회 상임위원장 직책비' 관련 규모와 용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회의장 비서실은 이를 거부했다. 특수활동비는 '고도의 정치활동'과 '의원외교' 등 특수 의정활동에 지원되는 경비라는 이유에서였다.
상임위원장이 갖는 무형의 권한으로는 '법안'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영향력을 꼽을 수 있다. 위원장의 법안에 대한 '스탠스'가 법안 내용과 향방까지 바꾸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정무위원회에서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 처리 당시 정우택 정무위원장의 의견이 법안에 강하게 작용했다.
당정협의 당시 정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 부분에서 회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 제출안에 빠졌다"며 재검토를 주문했고 이 내용은 개정안에 반영됐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상임위 의사일정 결정 과정에서 양당 간사간 합의 외에도 상임위원장의 입장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회의를 여는 권한도, 열지 않는 권한도 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양당 대표들이 합의를 통해 법안 처리 일정까지 정하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장의 의사일정 결정권은 대표의 협상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격상된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던 당시 그는 '외국인 투자 촉진법'을 처리하지 않기 위해 아예 법사위를 열지 않았다.
민감한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상임위원장의 '사소한 선택'이 법안의 정치적 효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있어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법 처리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정부 이송이 지연됐다.
지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안 정리 권한을 통해 수정한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을 운영위원회를 거쳐 법사위로 넘겼지만 이 위원장은 "번안 의결 사안을 단순 자구 수정한 '눈속임' 처리"라며 정부 이송을 지연시킨 바 있다.
美 의회, '선수(選數)'아닌 '전문성'이 상임위원장 요건

'상임위 우선주의'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미국 의회의 경우 상임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은 '전문성'이다.
1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다. 원내교섭단체 의석비율에 비례해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하는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이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상임위 회의를 주재하고 법안 처리를 진행하는 막중한 자리다. 또 각종 청문회와 소위원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듣고 법안을 정비하는 책임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 다수당은 상임위원장을 결정할 때 해당 상임위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상임위원장부터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상임위 의사결정이 권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 당내경선제'를 도입하고 비밀투표를 실시한다. 당선 횟수가 중요시되던 관례에서 벗어나 전문성이 있다면 초선 및 재선의원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상임위 소속 위원들도 한 상임위에 오래 머무르면서 전문성을 키우는데 주력하게 된다. 상임위 중심 구조에서 전문성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 강화되면 상임위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의원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을 더 키우는 '선순환'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는 상임위원장이 사실상 '순번제'로 돌아간다. 즉 상임위원장을 결정할 때 '선수(選數)'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다보니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또 통상 2년마다 의원들이 상임위를 바꾸다보니 상임위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쌓기도 힘든 환경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지역구 관리에 유리한 일부 상임위를 선호하다 보니 정책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도 조성되기 어렵다.
한편 전문성을 강조하는 미국 의회는 상임위원장에 대한 지원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정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지원시스템이 갖춰줘야 한단 논리다.
구체적으로 미국 의회 상임위원장은 100명에 이르는 직원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다. 특히 이 인원의 3분의 2는 상임위원장이 직접 임명할 수 있다.
반면 한국 의회의 경우, 상임위 전문성의 핵심인 전문위원 인사권도 상임위원장에 없다. 유신정권 시절이던 지난 1973년 국회법이 개정되면서다. 당시 법 개정으로 '전문위원은 당해 상임위원회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국회법 제42조 제2항은 '전문위원은 사무총장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규정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전문위원 인사권은 상임위원장에서 국회 사무총장에게 이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