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 인상 놓고 '시끌시끌'…장애인들에겐 '남의 잔치'

최저임금 8% 인상 놓고 '시끌시끌'…장애인들에겐 '남의 잔치'

신현식, 백지수 기자
2015.07.10 05:02
지난 4월 29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2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각 업체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4월 29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2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각 업체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자폐3급 장애인인 김모씨(50)는 올해 초 한 식당에서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설거지 등 부엌일을 하기로 했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식당의 사장은 김씨에게 "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시간급 5580원을 적용하고 25일간 근무할 경우 최저임금이 150만원 가량이지만 취업에 목말랐던 김씨는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 달이 지나 월급날이 다가오자 식당 사장은 김씨에게 "당신은 장애인이니 60만원만 받으라"고 강짜를 부렸다.

김씨가 며칠에 걸쳐 항의하자 사장은 생색이라도 내듯 "남은 40만원 중 20만원을 줄테니 그냥 끝내자"고 했다.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 돈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사장은 차일피일 미루며 결국 돈을 주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를 찾았다. 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이라 해도 장애가 업무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면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노동청에 진정할 것을 김씨에게 권했다. 김씨는 노동청에 진정했고 당초 약속한 100만원 뿐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임금 전액을 받아냈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 266만명이 내년에는 올해 대비 8.1%오른 임금을 받게 됐다. 노동계와 재계는 각자의 이유로 반발과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임금논의가 과열되는 동안 관심 밖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장애인들은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다. 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한해 절차를 거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이 근로능력과 무관하게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시급을 지급하기 위한 빌미로 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부당한 대우임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상담센터장은 "장애를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려면 업무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야 하고, 이 경우에도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법절차'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된 장애인들도 결국 차별대우를 받고 있을 뿐이라고 장애 관련 단체들은 주장한다. 한국장애인총연맹(한국장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된 장애인 근로자는 5967명이다.

한국장총은 지난달 낸 성명에서 "중증장애인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고 사업주의 부담을 완화한다며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제도를 시행중이지만 장애인 근로자에게 각종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국가와 법이 장애인의 노동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독소조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외국의 '보충임금' 제도를 들어 장애인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장애인의 생산성이 비장애인의 50%에 불과하다면 고용주가 임금의 50%를 부담하고 정부가 50%를 부담하는 것이다.

윤삼호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민간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인 2.5%를 지키지 않을 경우 내야 하는 부담금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3000억원 이상 적립돼 있다"며 "장애인단체들은 이 적립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면 보충급여 제도를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원을 일단 지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면서도 생산성과 관계없이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산성 논리"라며 "인센티브는 생산성으로 차별화 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은 생산성과 연결돼서는 안 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수준으로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생산성과 관계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장애인도 한 사람의 노동자인 만큼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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