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 유출방지 '박근혜법', 외국자본 위협에 '구멍'

국가기술 유출방지 '박근혜법', 외국자본 위협에 '구멍'

이현수 기자
2015.07.15 05:4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핵심기술 '8개분야 55개' 한정…산업부 "삼성물산 해당안돼"

부르즈칼리파 전경
부르즈칼리파 전경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공격을 계기로 국내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기간 산업의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 적용 대상을 제한적으로 설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현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이 우려되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심의를 거쳐 해외인수·합병등에 대해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1년 2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으로 그해 6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입법화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인수·합병 등을 통한 국가핵심기술의 유출방지 곤란 등 현행 법률에 나타난 미비점에 대해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내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이 경영권 위협에 직면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보유한 핵심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상 적용을 받지 못한다.

정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이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원자력 △정보통신 △우주 △생명공학 등 8개 분야 55개 기술에 한정돼있어서다.

법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가진 기술은 대체로 건설 분야여서 국가핵심기술 적용에 해당이 안 된다"며 "국가핵심기술을 갖고 있는지는 전문위원회의를 통해 확정되지만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시공기술이 기계 및 전기전자를 망라하는 만큼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건설한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칼리파'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GPS)기술, 진동저감장치 등 첨단기술의 집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을 정해두고 외국인투자를 규제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해외인수·합병 등에 따른 피해 관련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주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국가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외국인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미국에선 국가 안보를 위해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엑슨-플로리오법'이 시행중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외국인 투자나 M&A를 검토해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은 15일 이내 M&A를 중단시킬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