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커닝 사태 원인은 과도한 경쟁, 모두가 승리자 돼야"

"서울대 커닝 사태 원인은 과도한 경쟁, 모두가 승리자 돼야"

최민지 기자
2015.07.22 05:14

[인터뷰]무감독 시험제 도입한 서울대 자연대 김성근 학장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의 김성근 학장은 2005년 국내 대학 최초로 단과대학 해외석학평가를 기획했던 인물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지만 국내의 순위 위주 평가 세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평가 결과가 대학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상업화, 정량화되는 것은 오히려 대학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해외석학평가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의 교수들이 각 대학의 운영 행태를 분석하는 겁니다. 평가단은 신입 교수를 인터뷰 하면서 연구실 지원 형편을 묻고, 학생들에게 연구실 인권실태까지 들어요. 그리고 평가 대상이 되는 대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보고서를 작성하죠."

김 학장은 올해 서울대 자연대를 흔들었던 커닝사태에 대해서도 '무감독 시험 제도' 도입으로 정면 대응에 나섰다. 서울대 자연대 통계학과에서는 지난 학기 일부 수강생이 점수 확인용 답안을 수정해 제출했다는 의혹이 발생하면서 시험 자체가 무효화되는 일이 발생했다.

무감독 시험 제도의 뿌리는 미국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칼텍 등에서 시행 중인 '아너 코드(Honor Code, 명예규약)' 시스템에 있다. 무감독 시험은 아너 코드 시스템의 세부적인 실행 항목 중 하나다.

아너 코드 시스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입학 시 또는 학기가 시작할 때 시험이나 과제물을 정직하게 제출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다. 아너 코드는 학생이 스스로와 학교의 명예를 사수한다는, 일종의 양심 선언인 것이다.

김 학장은 아너 코드의 장점으로 '누구나 위너(winner)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대학의 학생 평가 체제는 한 마디로 '제로섬 게임'입니다. 누군가 A+를 받으면 나머지 학생들이 A+를 받을 확률이 낮아지죠. 하지만 아너 코드 시스템에 참여한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쳤다면, 그 시험은 단순한 성적 경쟁이 아닌 수강생이 모두 합작해서 만든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아너 코드에 참여하는 순간 모두가 위너가 되는 거죠. 이런 경험이 4년 동안 쌓인 집단에서 성장한 학생의 경쟁력은 분명 사회에 나가서도 빛을 발할 겁니다."

이 같은 자연대의 행보는 서울대 본부 측이 내놓은 시험 감독 강화 방안과 대조된다. 방안에는 시험장에 교수가 반드시 입회하고 학생들은 전자제품을 몸에 지니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김 학장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시험장에서 교수가 직접 두세 시간씩 감독에 나서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본부가 내놓은 대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아너 코드의 시행이 본부가 지향하는 “선한 인재” 육성책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단,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김 학장은 "이미 학칙에는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분 방침이 정해져있지만 이때까지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별도로 처벌을 강화하지 않더라도 현재 학칙대로만 처벌한다면 상대적으로 의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대는 앞으로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이 참여한 아너 코드 정책단을 구성하고 다음 한 학기동안 정책 과제 수행에 나설 계획이다. 정책단은 한 학기 동안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김 학장은 "개인적으로는 현재 사회에서 활동 중인, 기업의 인사권을 가진 지위의 동문을 정책단에 위촉할 생각도 갖고있다"며 "아너 코드가 지향하는 인재상이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너 코드는 학생 스스로가 배움에 의의를 두고 능동적으로 부정행위를 거부하는 게 핵심입니다. 구성원의 자발성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제도죠. 그러려면 교수들은 학생에게 감동적인 강의를 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학생 역시 과도한 경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자연대는 '서울대 맞춤형 아너 코드'를 수립하기 위해 최대한 눈과 귀를 열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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