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는 되고 유이는 안 된다? 유명인 사진 무단사용 '복불복'

김선아는 되고 유이는 안 된다? 유명인 사진 무단사용 '복불복'

양성희 기자
2015.07.23 05: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보이지 않는 재산, 지식재산권<3>]법적 근거·대법 판례 없어 판단 제각각…법률안 국회 계류 중

[편집자주]  황금의 양은 한계가 있다. 황금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소유권을 모두 합하면 그 총량은 언제나 큰 차이가 없게 마련이다. 황금을 얻고자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서 소유권을 넘겨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지식재산은 다르다. 누구나 세상에 없던 지식재산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전체 양은 제한이 없어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지식재산은 미래 산업의 원동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았다.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지니, 복불복(福不福)이 따로 없다."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한 변호사의 푸념이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일은 줄을 잇고 있지만 법률적 근거와 대법원 판례가 없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광고산업의 발전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지식재산권의 범주로 넣어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정법에 기초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이를 인격권과 독립된 재산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률적 판단은 물론 퍼블리시티권의 개념 자체를 두고도 의견이 나뉘는 것이다.

◇더이상 생소하지 않은 '퍼블리시티권'은 무엇?

퍼블리시티권은 1953년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독자적인 재산권으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이름, 초상 등이 갖는 재산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거나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광고·연예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유명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며 법정다툼을 벌이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용어다.

퍼블리시티권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법관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이름, 초상 등의 재산적 가치가 이미 광고업계 등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정에 비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명백히 민법상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이 판단에는 퍼블리시티권이 인격권과는 독립된 재산권이라는 점이 전제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사정이 있더라도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에 기초한 근거 없이 물권과 유사한 독점적·배타적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같은 사건, 다른 판결'…하급심 판단 제각각

같은 사건을 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배우 김선아씨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으로 쓴 성형외과를 상대로 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지만 1심과 달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해당 병원은 김씨의 동의 없이 "김선아님이 직접 추천하는 성형외과"라며 홍보에 나섰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인격권의 일종인 성명권과 초상권이 침해된 사실을 인정해 2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1심과 달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배우 유이씨는 자신의 허락 없이 "멋진 유이의 꿀벅지로 거듭나세요"라고 광고한 한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지난 3월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이 사건 역시 1·2심의 판단이 갈렸다. 1심은 "퍼블리시티권은 미국, 독일,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법령이나 판례로 인정하고 있다"며 유이씨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률도,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논란은 이제 그만"…입법 움직임 본격화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으로 논란만 커지자 퍼블리시티권을 법률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월 퍼블리시티권을 인격표지권으로 명명해 '인격표지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길 의원 등은 "최근 유명인의 성명·초상·목소리 등 개인의 특징적 요소를 나타내는 인격표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산업이 등장하면서 개인의 인격권 보호 일환으로 인격표지권에 대해 재산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권리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들은 "인격표지에 대한 권리를 재산적 가치로 평가해 보호하고 이를 법률로 제정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문화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양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양성희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