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中 1명만 구사일생' 창업 지옥서 살아남는 법

'6명中 1명만 구사일생' 창업 지옥서 살아남는 법

이원광 기자
2015.09.15 04:50

[위기의 대한민국 50대-②]"적성·경험 살려 미리 준비해야 승산"

[편집자주] 100세 시대, 직장인 대부분은 50대 초중반에 퇴사를 강요받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조기 퇴직은 자녀의 취업난과 함께 가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퇴직연금을 받기까지 10여년 이상 남은 시기, 생계를 위해 자영업 창업에 나서지만 그마저도 수년 내 폐업할 확률이 높다. 흔들리는 50대의 힘겨운 삶을 들여다보고 남은 50년을 준비할 방법을 모색해본다.
신규영 '보나베띠' 공덕점 대표 / 사진=신규영 대표 제공
신규영 '보나베띠' 공덕점 대표 / 사진=신규영 대표 제공

'창업 생존율 16.4%'

조기퇴직 후 갈 곳을 잃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이 너도나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지만 수년 내 생존할 확률은 참혹한 수준으로 낮다. 퇴직금에 추가로 대출까지 받아 '묻지마 창업'에 도전한 50대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산까지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자영업 시장으로의 과잉 진입을 억제하는 내용의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지만 1년 만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50대 조기퇴직 후 창업에 나선 경험자들은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기 전에 스스로의 미래를 일찌감치 준비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 전에 배우고 준비해야 승산...취미도 큰 자산"

신규영씨(56)는 지난 2010년, 3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와인과 함께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15년 전 업무상 필요에 의해 와인을 접한 후 꾸준히 공부한 게 새로운 도약의 밑천이 됐다.

신씨는 은행에서 일하며 거래하던 회사 대표나 임원들이 은퇴를 앞두고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와인을 배우고 마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 꾸준히 와인을 공부했다.

신씨가 퇴직 후 서울 마포구에 창업한 와인 레스토랑 '보나베띠'는 젊은 중년에게 편하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신씨는 레스토랑에서 와인 강의를 해주고 동호회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씨는 "이렇게 일하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70세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는 게 꿈이라 최근에는 평생교육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말했다.

24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2년전 퇴직한 박모씨(54)는 몇 달간 준비를 거쳐 바(bar)를 창업했다. 목이 좋은 곳도, 임대료가 높은 곳도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손님들이 찾고 있어 벌이도 안정적인 편이다.

비결은 오래전부터 취미로 수집해왔던 CD·LP 등 각종 음반들과 직장에서 취미로 했던 '밴드' 동호회 활동 덕분이다. 하나둘씩 수집한 음반들은 고가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게의 개성을 살려주는 훌륭한 인테리어가 됐다.

밴드활동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가끔 들러 즉석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평소엔 박씨가 직접 선곡한 곡들을 들려준다. 박씨의 바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편안한 아지트'로 자리잡았다.

박씨는 "퇴직 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매달 안정적으로 200만~300만원만 벌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장생활하면서 매일 일과 회식에만 매달리지 말고 취미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배우다보면 나중에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묻지마 창업은 노후자금까지 위협...실질대책 나와야"

전문가들은 50대가 조기퇴직 후 충분한 준비 없이 생계를 위해 '묻지마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폐업할 경우 가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세청이 발표한 '개인사업자 창업·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자영업 창업건수는 949만개에 달했다. 2013년말 2046만 세대를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지난 10년간 2.2가구 중 1가구가 자영업에 뛰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폐업은 793만개로 전체 창업건수에서 이를 제외하면 156만개만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생존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권영훈 경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장에서의 오랜 경력이 창업을 위한 밑바탕이 되느냐, 구속이 되느냐는 창업 준비 기간에 달려 있다"며 "타의에 의해 은퇴 시기가 결정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은퇴 전의 경력과 적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를 택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장년층의 '울며 겨자먹기식' 자영업 진출을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본연의 역할은 등한시하고 미봉책에 급급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생산을 유발시키는 강소기업에 투자하는 등 고용을 늘리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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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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