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못찾는 '소셜믹스']<1>공동주택관리규약 개정하며 입주자대표회에만 의결권…배제된 임차인대표회의 반발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는 일반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이 혼합된 단지다. 이 아파트에선 2011년 입주 초기 입주자와 임차인 등 양측 대표를 각각 몇 명씩 선임할지, 관리비는 어떻게 사용할지 등을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전체 입주민들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 주택법과 임대주택법을 바탕으로 공동주택관리규약을 만들었다. 이 규약은 관련 법령을 바탕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여건에 맞춰 규정 사항들을 만든 것으로, 구청 허가를 받아 올 1월 말까지는 통용돼 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시가 공동주택관리규약 기준이 되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함에 따라 주민들이 최근 제출한 규약 변경안에 대해 해당 자치구청은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 아파트처럼 혼합단지의 경우 임대주택법을 바탕으로 일반분양 거주자나 공공임대 세입자들에게 차별없이 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들을 모두 빼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대주택비율이 70%가 넘는 이 아파트의 경우 관리규약을 일반분양 입주자 중심의 주택법만 반영해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시가 계층 갈등을 줄인다는 목표로 도입한 소위 '소셜믹스'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이 정책에 따라 일반분양주택 입주민과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함께 거주하는 '소셜믹스 단지' 공급을 추진해 왔지만, 정작 서울시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책과 충돌하는 방안을 마련해서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규약은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들의 권리나 의무는 물론 회계·감사 등을 담은 사항으로, 아파트를 관리·운영하는 기준이 된다. 일반분양과 공공임대가 혼재된 혼합단지의 경우 그동안 주택법과 임대주택법을 모두 반영한 규약을 만들어 현장에서 적용해왔다.
하지만 올 2월 서울시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개정된 준칙에서 '혼합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는 혼합단지 공동주택 대표회의를 구성한다'는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거나 장기수선계획, 여러가지 지출 등의 권한 행사를 할 때 양측 대표가 합의해 결정한다'는 사항도 사라졌다. 주택법에 따라 오로지 입주자대표회의만 이에 대한 의결권을 갖도록 했다. 대신 합의 방법이나 절차를 별도의 협약서로 정하도록 했다.
구로구에 위치한 한 혼합단지 주민 A씨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권한도 있고 책임이 있지만 임차인대표회의는 규정된 권한이나 책임없어 무시당하게 된다”며 “이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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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개정된 주택법에 맞추다보니 준칙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혼합단지 관리에 따른 협약서가 규약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 협약서 안에 내용을 잘 담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란 지적이다. 신정동의 한 혼합단지의 경우 공동주택관리규약, 임대주택관리규약, 혼합주택관리규약 등 관리규약만 3개다. 이들 규약은 매 회의때마다 올라온다.
문제는 규약마다 내용이 달라 논의 과정에서 충돌한다는 게 이 아파트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곳 한 주민은 “협약서와 규약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며 “협약은 어느 한쪽이 어느 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파기해 버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관련 한 변호사는 “명확하게 구분할 순 없지만 규약은 파기라는 개념이 없는 반면, 일종의 계약 성격에 해당하는 협약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언제든 파기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규약은 계약이라기보다 단체 구성원들이 합의해 만든 규정인 만큼 구속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곧바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SH공사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