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몸과 법③ : 비만

[런치리포트]몸과 법③ : 비만

황보람 남영희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11.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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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비만국가' 문턱 대한민국…'고열량·나트륨' 잡는 법안은?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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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3일 국제 심포지엄 '아시아의 비만 실태와 관리전략'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비만 및 진료비 현황'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고도비만(BMI 지수 30 이상) 인구 비율은 2002년 전체 국민의 2.5%에서 2013년 4.2%로 증가했다. BMI 지수가 35 이상인 초고도비만의 경우, 같은 기간 0.17%에서 0.4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비만율이 미국 등 서구 등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통념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국회는 비만 유발 식품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총리령으로 지정한 고열량 식품에 ‘고열량’ 강조표시를 하고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포함하도록 했다. 그동안 열량에 대한 함량 표시가 일정량을 기준으로 미달하는 식품들에 한해 ‘저함량’ 또는 ‘무함량’ 등으로 표시해 우수한 제품을 알리는 위주로 운영돼 고열량 식품에 대한 경고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식품위생법 개정 발의를 통해 현재 영양성분 표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주류에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했다. 주류의 열량을 표시함으로써 과다한 음주를 막고 비만 등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취지다. 소주 한 잔의 칼로리는 50~60kcal 정도로 대여섯 잔이면 밥 한공기와 맞먹는다. 이 때문에 주류 또한 대표적인 비만 유발 식품으로 꼽힌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해 식품군의 나트륨의 함량기준에 따라 ‘저나트륨’, ‘중간나트륨’, ‘고나트륨’으로 정하고 이를 각각 제품 포장지에 적색·황색·청색으로 신호등 표시를 하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은 올해 4월 대안반영 형태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 의원은 또 나트륨·당류·트랜스지방 등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영양성분을 저감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027mg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2000mg의 두배를 상회한다.

성인비만의 원인이 되는 여러 영양소들은 소아 비만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1997년 5.8%에서 2014년 15%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최근 소아·청소년의 비만관리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현행 권고사항인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를 의무화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개정을 제안했다. 현재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포화지방, 당류, 나트륨 등의 함량을 위험도에 따라 신호등 모양으로 표시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이를 의무화하고 소비자들이 구별하기 더 쉽게 표시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 비만율은 미국 등 서구 등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지만 향후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무엇보다 성인비만의 선행지수로 보는 소아·청소년 비만율의 증가세가 매섭다. 1997년 5.8% 수준이던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지난해 15%로 훌쩍 뛰었다.

'초고도비만' 10년새 3배 증가…수술치료 보험 적용되나

'BMI(신체질량지수)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적당히 살쪄야 더 건강하다'

최근 기존의 '비만'의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단순히 키와 몸무게만으로 비만율을 계산하거나,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특히 한국 여성 상당수가 왜곡된 신체관에 따라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것도 비만을 지나치게 우려한 역효과라는.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은 위험하다. '어떤 상태가 비만이냐'는 논의와는 별개로 건강한 신체 범주를 벗어난 살진 체형이 당뇨나 고혈압,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점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의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고, 대한비만학회도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만을 '사회 문제'로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비만이 서구화된 식습관과 이를 피할 수 없는-가령 '집밥'을 먹기 힘든 현대인이 비만으로 내몰릴 위험성이 크다는-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이다.

현재 한국의 비만 정책은 주로 아동·청소년이나 젊은층의 '고도비만'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국내 비만율이 미국 등 서구 등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지난 8월 13일 열린 국제 심포지엄 '아시아의 비만 실태와 관리전략'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비만 및 진료비 현황'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고도비만(BMI 지수 30 이상) 인구 비율은 2002년 전체 국민의 2.5%에서 2013년 4.2%로 증가했다. BMI 지수가 35 이상인 초고도비만의 경우, 같은 기간 0.17%에서 0.4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6%가 고도비만에 속했다. 20대 남성 6.2%와 30대 남성 7.1%가 고도비만이었으며, 여성은 20대 2.5%, 30대 3.5%가 이에 해당됐다.

비만 관련 치료 비용은 수조원대로 추산됐다. 고혈압과 당뇨, 뇌졸중 등 비만 관련 질환에 투입되는 진료비는 2013년 기준 3조7000억원에 달했다. 비만 자체를 주요 증상으로 하는 의료비용도 한 해 5억여원으로, 향후 건강보험 진료비의 10%가 비만 관련 질병 치료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만으로 비만 탈출이 어려운 '초고도비만'의 경우 사회적으로 치료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캐나다와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은 수술요법으로 체중 감량 뿐 아니라 비만의 재발을 막고 동반질환 호전 시킬 수 있다고 인정해 보험을 적용 중이다.

의사 출신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비만 및 고도비만 유병률이 높은만큼 치료를 사회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저소득층 고도비만의 수술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복지부는 국외 보험사례와 표준진료지침 등을 고려해 2018년부터 병적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7년까지 간담회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수술치료가 필요한 병적 고도비만의 기준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행은 미미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의 비만관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현황을 각 부처에 의뢰해 검토중"이라며 "고도비만 지원에는 올바른 생활습관 형성이나 건강 형평성 제고, 고도비만 치료 개념의 보험체계 개편 등이 포함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모든 게 검토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탄산음료세·정크푸드세·햄버거법…해외 비만 정책은?

비만이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지역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과세에 준하는 비용인 일명 '비만세'를 도입해 비만 유발 음식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이다.

대표적 비만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가당음료나 패스트푸드에 판매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비만세'를 적용하고 있다. 뉴멕시코주나 유타주의 경우 비만세의 또 다른 이름의 '정크푸드세'나 '소다세'를 부과한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원주민 자치구역인 '나바호 인디언보호구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스팸(햄)이나 에너지드링크, 라면 등에 2% 판매세를 붙이고 있다.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 당과류나 튀긴 식품 등에도 2% 판매세가 추가됐다. 반면 과일과 채소에 물리던 판매세 5%는 완전 면세됐다.

유럽에서도 비만세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례로 헝가리는 소금이나 설탕, 지방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개당 세금 10포린트(40원 가량)를 부과하는 일명 '햄버거법'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만세' 정책을 시도했다가 백지화된 사례도 없지않다.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소비자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덴마크는 2011년 2.3% 이상 포화지방이 함유된 식품에 지방 1kg당 16덴마크 크로네(2670원 가량)를 부과하고 청량음료와 주류에 관세 10%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시행 1년만에 폐지했다. 국민들이 '비만세'가 없는 인접국가에 가 식품을 구입하는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에서도 사회민주당이 제안한 '비만세'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70% 상당이 거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자본으로 성장한 코카콜라 등 음료업계의 로비로 비만세가 고착화되지 못한 곳도 많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지난해 12월 미국 최초로 탄산음료에 적용하는 '소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주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부결됐다. '담뱃값 경고문구'처럼 음료 외부에 고당류임을 표시하는 경고문구를 넣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비만세'를 도입하는 대신, 고열량 음식으로의 접근 기회를 줄이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우회정책을 펴는 도시들도 있다.

현재 뉴욕시는 시민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책무로 삼고, 먹을거리 정책과 보건정책을 연계한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게 '식품 조달법'이다. 로컬푸드 및 지속가능한 먹을거리를 구입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공공투자를 늘려 지역내 먹을거리 공급량을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학교 급식의 질을 향상 시키는 등 '하나의 뉴욕(One New York City)'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가 처음으로 공공시설과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를 퇴출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탄산음료 과다 섭취로 인한 영양 불균형 및 비만, 골다공증 등을 예방하려는 목적이다.

서울시는 이번달부터 단계적으로 시청과 구청, 동사무소, 서울대공원 등 공공시설과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한다. 탄산음료가 빠진 자리에는 생수나 무설탕 저칼로리 음료가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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