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필요하다면 하겠다” 언급…한은 원론적 입장으로 해석하지만 ‘남대문출장소’ 논란 재현될까 전전긍긍

“열석발언권을 활용할 예정인가?”(취재진 질문)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데 지금 필요한지는 생각해 보겠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일 유일호 부총리가 취임 첫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유 부총리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기준금리 문제는 전적으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할 문제"라며 "금리문제는 직접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대답한 것과 다른 신호로 읽히고 있어서다.
당시에는 앞서 박근혜 정부 1·2기 경제팀의 행보와 같이 별도의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분명해 보였는데, 전일 기자간담회 발언은 필요시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서다.
열석발언권이란 기재부 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부 관료들이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한은법 91조에 규정돼 있다.
발언권 이외에 의안제안이나 심의·의결권은 할 수 없지만 정부가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금통위원들의 의사결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1998년 한은이 독립적으로 금리결정권을 행사한 뒤로는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행사되지 않았다.
정부 관료가 한은 금통위에 참석한 것은 1998~1999년 4차례에 불과했다. 당시 참석 이유는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 분리 논의 및 재정부 차관의 취임·신년인사 정도였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2013년에는 3년간 기재부 차관(허경욱, 임종룡, 신제윤)이 거의 매달 빠지지 않고 금통위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참석목적도 종전 상견례 수준에서 정부의 경제인식과 입장을 밝히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당시 야권에서는 이에 대해 “한은 통화정책이 심각하게 훼손된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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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고려해 다수의 전직 장관들은 열석발언권 행사를 자제하되 한은 총재와의 별도 회동을 통해 경제인식을 공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박근혜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끈 현오석 전 부총리와 2기 경제팀을 이끈 최경환 전 부총리도 별도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만약 유 부총리가 열석발언권 행사를 공식화할 경우 3년 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이번 유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한은법에 명시된 내용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한은 인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성이 달라져 고민이 커진 상황에서 열석발언권 논란 자체가 통화정책 운용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정부 열석발언권 행사 시절 금통위원을 역임한 한 인사는 "정부 경제관료가 금통위 회의장에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 회의 참석자들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장관과 총재는 물론 실무진간 소통 채널이 확보된 상태인데 굳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 초에도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등 사상 최저 기준금리(1.5%)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유 부총리의 이날 언급이 우회적인 ‘경기부양 지원’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