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파악 '54개 동상'…우수공공미술품 선정 또는 배제 모두 '논란 불씨'

서울시가 공공미술작품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서울 곳곳에 잠들어 있던 '동상'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4000점 가까운 공공미술작품을 엄선해 시민에게 소개할 계획인데, 동상이 추천 작품으로 떠오를지 관심사다. 동상은 어떤 모델이냐에 따라 정치적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
우수 공공미술작품 100선 선정…동상도 포함되나
서울시에 따르면 54개 동상을 주요 동상으로 잠정 파악했다. 5월 말까지 관리주체인 기관이나 시설 등의 협의·자료 조사를 거쳐 관리 대상 동상의 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시는 아울러 우수 공공미술작품 100점을 선정해 서울문화재단 운영 모바일 앱(공공미술산책) 등에서 소개하는 등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공공미술작품은 공공용지에 있는 동상 등 조형물과 조각·벽화·미디어아트 등 조형예술품, 사유지에 있는 건축물 미술작품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에서 우수공공미술작품 100선과 관련해 동상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선정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동상은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상들은 대체로 좌대(받침대)와 동상 본체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다. 작품의 심미성·조형성과 별도로 대상이 된 인물을 바라보는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시 관계자는 "100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선다면, 특정 동상에 대한 선정과 배제가 민감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소녀 상부터 박정희 흉상까지 '갈등의 동상'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 상은 애국선열 조상건립위원회가 1968년 설치한 김세중 작가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세워진 장군상도 많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의 장군뿐 아니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먼저 세워졌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세워진 박정희 상은 1966년, '6관구 사령관 훈련대장 준장 박하철'이 설치한 것으로 기재됐다. 박정희 상은 과거 무단 철거사건에 휘말릴 만큼 논란에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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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만들어진 동상 가운데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것은 위안부 소녀상으로, 2011년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가 세웠다.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공동 작업한 작품이다.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이 조형물에 대해 일본은 그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부 장관은 "동상 이전과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이 패키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발언은 주춤했던 동상 이전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시 관계자는 "동상을 100선에 포함 시킬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외부 전문가 등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오래된 민영환상부터 모든 동상 ‘관리 실명제’
이번 조사는 '서울특별시 동상 기념비 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기준 등에 관한 조례'가 2010년 제정된 이후 가장 대대적인 실태조사다. 관리주체를 명기해 파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60년 가까이 된 구한말 문신부터 근래 동상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이 서울을 걸으며 무심코 만날 수 있는 동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셈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상은 1957년 세워진 계정 충정공 민영환상으로 설치는 종로구청이 했다. 민영환은 일본의 내정간섭에 비판하다 대세가 기울며 자결한 구한말 관료다. 국방부가 1959년 설치한 존 B. 콜터 장군 상도 오래된 동상에 속한다. 관리주체는 서울시설공단으로 작품은 현재 서울 어린이대공원 후문입구에 들어서 있다.
시 관계자는 "동상 등 공공미술품을 관리를 위해 조례 차원이 아닌 상위법 제정·정비 등으로 시유지·구유지뿐 아니라 국유지 공공미술품에 대한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