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전기, 존폐위기 LNG발전소...석탄 화력 발전 의존, 환경정책과도 엇박자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정부가 발전소 건설을 대거 허가하면서 전력시장과 환경정책이 왜곡되고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들은 존폐위기에 처했다.
송전망 건설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발전단가 산정으로 미세먼지와 환경파괴의 주범인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는 떨어지지 않고, 전기는 남아돌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과 예측된 전기 공급 규모는 2.5GW(기가와트)다.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의해 총 100.1GW의 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97.6GW에 그쳤다.
올해 전기 공급 예측치는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110.1GW로 정해졌지만, 실제 전기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여 발전설비 초과 공급 상황이 지속 될 전망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전력 소비 증가율은 약 10%였지만, 경기 둔화 등으로 수요가 줄어 지난해 수요는 1.3%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전기가 남아돌면서 전력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전력도매가격(SMP)은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약 85원이었으나, 올해 6월은 약 65원대로 약 23.5% 폭락했다.
전기 공급 가격이 떨어진 것은 정부가 2011년 9월 '블랙아웃'이후 민간발전소 건설을 대거 허가해 전력공급을 늘린데다, 전기도매시장이 낮은 발전 단가 순으로 구매하는 '변동비 반영 전력시장(CBP)'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생산 발전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원자력 5.16원, 석탄 53.26원, LNG(액화천연가스) 106.75원이다. 전력공급은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가동해 이뤄진다. 전력도매가격(SMP)은 마지막에 가동하는 발전기가 결정하는데 통상 발전단가가 높은 LNG발전단가와 SMP가 같아진다.
따라서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소는 이익 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LNG발전소는 마진이 거의 없거나 가동을 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전력 예비율이 높아지고, LNG발전소가 최근 집중적으로 건설되면서 LNG발전소의 가동률은 계속 떨어져 현재 약 25% 수준에 불과한것으로 알려졌다.
CBP체제는 송전시설 및 폐기물 처리 등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고 연료 가격만으로 발전단가를 산정한다. 이처럼 전력공급 기준을 외형적 '발전단가'에만 맞추다보니 가장 단가가 낮은 노후 석탄발전소와 원자력 위주의 발전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환경정책에도 정면으로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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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화력과 원자력 발전은 안전과 폐기물 처리 등을 위해 해안가에 지어진다. 생산된 전기는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에 보내지는데, 송전망 건설 및 보상 등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 분쟁이 발생한다. 밀양 송전탑 사태가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신규 발전소 건설시 막대한 사회적 갈등과 보상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석탄 화력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발전소의 2배가 넘고, 미세먼지 발생률도 현저히 높다. 원자력 발전 폐기물 처리 비용은 아직 짐작조차 어렵다.
정부는 지난 6일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30년 이상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2025년까지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신규 석탄 화력 발전을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 전력 생산 비중에서 차지하는 석탄 발전 비중이 높고, 올해 안에 가동되는 10기(9GW)를 포함해 2022년까지 총 20기의 발전소가 새로 건설되면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38.7%를 차지했고, 올해 1분기에도 33.6%를 기록했다.
정부는 20년 이상 된 8기와 20년 미만인 35기도 환경설비 전면 교체 및 효율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새로 짓는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석탄 발전 비중이 지금처럼 높은 상태에서는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춰도 원하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도한 석탄 위주의 발전으로 한국가스공사가 거의 독점 도입하는 LNG 수요가 줄어 저장 능력을 초과, 산유국과 계약한 물량을 버려야 하는 상황도 우려된다.환경과 에너지 수급 환경을 고려해 적절한 발전원 분배를 근본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등으로 전기 수요가 늘어도 향후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술 등의 발달로 전기 공급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 수급계획에 환경 등 사회적비용, 국가적 에너지 자원 배분 정책 등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