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 미만인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상속 또는 증여를 할 때 주가가 아니라 회사의 자산가치·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평가액을 산정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세금 계산에 주가를 그대로 쓰지 않겠다는 취지다.
현행 상증세법은 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할 때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 동안의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종가)의 평균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상장주식은 실제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그 주식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반영해서다.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재산가액을 평가하도록 하는 상증세법의 재산평가 원칙에도 부합한다.
반면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상장주식의 PBR이 0.8보다 낮으면 주가 대신 상증세법에 규정된 평가방법에 따라 산정한 평가액을 적용한다. 다만 상장주식과 같이 제3자 사이에 매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져 신뢰할 수 있는 시가가 형성된 경우에도 그 시가를 부인하고 법정 평가액을 적용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PBR이 곧바로 지배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춘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PBR이 낮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업황이 구조적으로 나쁜 회사도 있고, 자산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의 PBR이 낮은 것을 두고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물론 실제로 지배주주가 허위공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왜곡했다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이미 시세조종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주가를 낮추기 위해 허위 정보를 흘리거나, 악재를 의도적으로 부각하거나, 시장을 속이는 거래를 했다면 그것은 세법상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문제다. 반면에 아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단순히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과세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
만약 낮은 주가가 문제라면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이 불합리한 지배구조나 부정적인 산업 전망 때문인지, 회계상 인식된 자산 또는 수익과 실제 가치의 괴리 때문인지, 경영진의 소극적 주주환원 때문인지 등을 구별해야 한다.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은 억울한 대상을 만들고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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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행태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해결책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시가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세법상 재산평가방법을 인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정말 주가를 위한 법이 되려면 먼저 그 원인이 무엇이든 단순히 '낮은 주가'와 '불법 또는 편법 행위로 낮아진 주가'를 구별해야 한다. 그러한 구별 없이 세부담을 통해 주가를 교정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주가를 왜곡하려는 유인을 주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허시원 변호사는 2013년부터 법무법인(유한) 화우 조세그룹에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분야의 쟁송·자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화우 입사 전에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며 회계·재무 관련 실무경험을 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