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백화점이 생긴단다. 1층 좋은 자리 내줄 테니 입점하란다. 각개전투로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화려한 외관에 편안하고 깨끗한 백화점에 들어가면 알아서 손님들이 몰려온다니 안 들어갈 이유가 없다. 한데 막상 들어가니 고만고만한 물건을 파는 매장들이 즐비하다. 옆 매장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일단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단골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도 해야 한다. 그로 인해 지출은 더 커졌다. 그런데 갑자기 백화점 방침이 바뀌었다. 새로운 물건을 파는 매장들이 생겼으니 뒷자리로 가란다. 쓴 돈이 있는데 나가지는 못하겠고 손님들이 언저리까지 찾아줄지 걱정이다. 막막하다. 언제는 좋은 자리 줄 테니 들어오라더니...
어느 동네 얘기일까? 바로 하루 이용자가 10억명을 훌쩍 넘는 거대 커뮤니티 페이스북(페북)과 이를 활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언론사 이야기다.
페북이 알고리즘을 바꿨다. 지난달 29일 페북은 대형 미디어기업들의 콘텐츠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친구와 가족 등이 직접 올린 콘텐츠를 뉴스피드 상단에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뉴스피드제품 담당 애덤 모세리 부사장은 "이용자에게 제일 중요한 콘텐츠를 놓치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페북의 최대 목표는 이용자들의 만족도 극대화다. 관심사와 친밀도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연결해주겠다는 게 애초부터 지향해온 목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광고나 홍보성 글이 너무 많아졌다. 개인 입장에선 쓸데없는 콘텐츠보다 믿을 수 있는 친구들 얘기가 더 관심을 끌 것이다. 'OOO 반값!'이란 광고 콘텐츠와 친구가 올린 "회사 근처 새로 생긴 OO카페 커피가 맛있다"는 콘텐츠의 가치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이번 페북의 개편이 야속하다. 야속하다 못해 상당수 미디어기업은 또 한 차례 트래픽 대란을 겪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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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 칼럼니스트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언론사가 페북의 노예가 돼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하지만 갈 곳이 없다"고 고백했다. 언론사들 입장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순 없다. 그의 말대로 딱히 대안도 없고 페북만큼 이용자가 큰 시장도 없다.
모세리 부사장은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공유가 주류를 이루는 사이트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답을 제시했다. 낚시 제목이나 선정적 사진뿐만 아니라 스팸이나 광고성 콘텐츠들이 뉴스피드 후순위로 밀릴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관심있는 정보보다 특정 누구는 반드시 관심있을 만한 틈새영역을 더 깊이 파고들 때 이번 페북의 알고리즘 개편에서 자유롭지 않을까. 결국 기자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 자신만의 색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벗어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국은 콘텐츠의 질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