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전쟁 이전과는 사뭇 다른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환 시장에서 이런 변화는 뚜렷한데 4가지 정도의 특성을 짚어볼까 한다.
우선 제조업 중심 아시아 국가 통화의 약세이다. 한국 원화, 일본 엔화, 대만 달러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의 직접적인 타격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집중되곤 한다. 특히 일본은 에너지 수급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데, 중동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무역 흑자의 축소 우려는 해당 국가들의 통화 약세를 촉발한다. 휴전 이후 통화 약세 기조에서 잠시 벗어나있지만 중동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통화 약세는 최근 외환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달러의 강세를 들 수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유로화 대비 뚜렷한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전쟁 직후부터 큰 폭으로 상승하며 달러 인덱스를 기준 100선을 상회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인한 금융 시장 혼란기에는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안전 자산의 대표격인 달러화로의 자금 쏠림이 나타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또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불안 상황에서 각국이 보다 많은 에너지 재고를 확보해야 할 동인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원자재의 결제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 역시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이유가 된다.
세번째는 자원부국 통화의 강세이다. 석탄 및 LNG와 같은 풍부한 천연 자원을 갖고 있는 호주의 통화인 호주 달러는 앞서 언급했던 미 달러화와 비슷한 수준의 환율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 달러 역시 미 달러화만큼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자원 부국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각종 선거로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최근 브라질 헤알화는 상당히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달러화 대비 전쟁 이전보다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몇 안되는 통화 중 하나다. 호주 달러와 브라질 헤알화 같은 자원 부국 통화를 자원 수입국 통화와 비교해보면 통화 간의 강약세를 보다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위안화의 강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 과정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회의론부터 미국과 다른 동맹국 간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글로벌 리더쉽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반대로 이란산 원유 결제에 있어 페트로 위안이 언급되는 등 위안화에 대한 뉴스 플로우가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 5월 15일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 역시 글로벌 정세 판단에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이미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있고 원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통화 약세, 안전자산인 달러와 자원 부국 통화의 강세, 그리고 위안화의 저변 확대로 대변되는 최근의 외환 시장 변화가 향후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