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옥바라지 골목, 역사적 근거 없다" 결론

[단독] 서울시 "옥바라지 골목, 역사적 근거 없다" 결론

배규민 기자
2016.07.29 05:01

박원순 시장 강제 철거 중단 보존 방침 난감…3개월째 공사 중단 주민 부담만 눈덩이

서울시가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을 증명해줄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옥바라지 골목의 보존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성 증명에 실패하면서 무악2구역 재개발사업이 재개될 가능성도 커졌다.

시는 지난 5월부터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을 검증하기 위해 전문가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28일 "추측은 가능하지만 실제 옥바라지 골목이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나 문헌 등은 없었다"며 "전문가와 문화재 관련 담당자들에게 두루 알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더 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역사성 검증에 나선 전문가들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 가족 대부분이 여관에 묵을 형편조차 되지 않아 다른 곳에서 옥바라지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옥바라지 골목 내 여관이 백범 김구 선생 등 서대문형무소에서 고초를 겪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의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위해 묵었던 곳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다는 결론이다.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는 면적 1만㎡에 아파트 총 195가구가 들어선다. 이미 예전 건물 대부분이 철거되고 구본장 여관 등 일부만 남아 있다. 지난 5월17일 용역직원들에 의한 강제철거가 시도됐으나 박원순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후 두 달여간 재개발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찾은 종로구 성곽마을 행촌동 재생사업 현장에서 한 민원인이 재개발로 인해 집을 잃었다며 박 시장에게 매달려 울부 짖으며 호소하고 있다. 인근에 있던 다른 일부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도 저렇게 주장한다"며 민원인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면서 재개발 이해관계자들 간에 고성이 오고 갔다. /사진=@배규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찾은 종로구 성곽마을 행촌동 재생사업 현장에서 한 민원인이 재개발로 인해 집을 잃었다며 박 시장에게 매달려 울부 짖으며 호소하고 있다. 인근에 있던 다른 일부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도 저렇게 주장한다"며 민원인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면서 재개발 이해관계자들 간에 고성이 오고 갔다. /사진=@배규민 기자

옥바라지 골목 보존 논란이 시작된 것은 1년여 전이다. 지난해 6월 담당 자치구인 종로구청이 재개발 인가를 내주자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철거 반대운동에 나섰다. 옥바라지 골목의 여관들이 일제 강점기 때 서대문형무소, 군부독재 시절 서대문구치소에 수감 됐던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의 옥바라지를 위해 가족들이 머물렀던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한편 박 시장의 철거 중단 명령과 관련, 재산권 침해 논란도 크다. 지난 5월의 철거 작업은 조합이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후 주민들에게 자진 퇴거를 요청하는 강제집행 예고장을 보낸 후 이뤄져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특히 공사 중단 이후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월 이자 비용이 약 2억원에 달한다. 총 84가구가 한 가구당 매달 240만원 꼴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거주하던 335가구 중 현재 재개발을 유일하게 반대하는 1가구에 대해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불거진 이후 자치구는 손을 놓아버린 상태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애초 요구했던 사전협의체를 다섯 번 운영했지만 조합과 재개발을 반대하는 거주자 간에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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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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