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단층 모두 깨진 경우 가정한 시뮬레이션값…"활성단층이라고 결론 내기 어려워"
원전 14기가 위치한 경주·부산 원전단지에 인접한 단층에서 규모 ‘8.3’에 해당하는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만약 이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인근 주민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지진피해와 핵 위협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과연 사실일까.
22일 일부 매체는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으로부터 제출받은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보고서를 인용, 고리원전 인근 일광단층, 월성원전 인근 울산단층이 2개의 활성단층(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로 조사됐으며, 울산단층(울산만에서 경주까지 이어진 12.5㎞ 단층)에서 지진 발생 시 규모 5.8에서 최대 8.3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내진 설계가 6.5. 만약 8.3 지진일 일어날 경우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보도가 나가자 해당 연구를 수행했던 지질연이 발칵 뒤집혔다. 일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연구결과를 숨겨왔던 모양새가 되기 때문. 그러나 지질연측의 해명에 따르면, 이 보도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빠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보고서에 언급된 수치 ‘8.3’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값으로 울산단층과 연결된 양산단층이 모두 깨졌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부터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170km의 단층대다. 이렇게 긴 단층이 큰 힘을 받아 단번에 깨지려면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정도의 힘이 가해져야 한다”는 게 지질연 측의 설명이다.
보고서도 사실상 오류가 있었다. 규모 8.3이란 수치는 울산단층이 원 위치에서 130m 가량 이동(변위)했는데, 이때 한번의 큰 힘(응력)을 받아 이뤄졌다는 가정하에 계산한 것.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규모 9.0인 동일본 대지진(2011년)도 최대 변위가 50m였다. 기원서 지질연 부원장은 “오랜기간 여러 차례 힘을 받아 조금씩 이동한 것을 한번의 힘을 받아 움직인 것처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언할 순 없지만 한반도에서 규모 8.3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진학회에서는 한반도 최대 지진 규모로 약 6.5~7, 우리 연구소는 7 내외로 본다”며 “규모 8이 넘는 지진은 판 경계부 충돌 때나 가능한 얘기로 우리나라처럼 판(유리시아판) 내부 환경에선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원전단지에 인접한 두 개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학회에 따르면 활성단층 연구는 적어도 20~30년의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이뤄진 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조사 범위도 전국 단위로 이뤄진 탓에 지질 심층부까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진 못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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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호 지질연 원장은 “3년간 전국의 활성단층을 조사하는 연구는 조사방법이나 샘플 등에 취약성이 있었다”며 “그 당시 조사 여건상 활성단층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보단 ‘가능성이 있다’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번 원전 인근 8.3 지진 발생 가능성은 해프닝처럼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더 늦 기전에 국가 차원의 지질·단층조사, 지진 위험도 평가 등을 끈기있게 추진하며, 구멍 뚫린 지진 재난 대응 시스템도 치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