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오늘…'노근리 학살' 세계에 알려지다

17년 전 오늘…'노근리 학살' 세계에 알려지다

이재윤 기자
2016.09.29 05:57

[역사 속 오늘]AP통신 '노근리 학살' 집중보도…66년째 사과없는 미군, 떠나지 못한 영혼들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노근리에서 미군에 의해 약 300명의 시민이 사망한 '노근리 민간인(양민) 학살 사건'이 벌어진 쌍굴다리 전경. 17년 전 오늘(1999년 9월 29일·현지시간) 이 사건이 AP통신에 보도됐다. / 사진 = 뉴스1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노근리에서 미군에 의해 약 300명의 시민이 사망한 '노근리 민간인(양민) 학살 사건'이 벌어진 쌍굴다리 전경. 17년 전 오늘(1999년 9월 29일·현지시간) 이 사건이 AP통신에 보도됐다. / 사진 = 뉴스1

'노근리 다리'(The Bridge At No-Gun-Ri)

17년 전 오늘(1999년 9월29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은 이 같은 제목을 달아 미군이 약 300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노근리 민간인(양민) 학살사건'을 보도하면서 국내외에 큰 파장이 일었다. 취재기자들은 이 기사로 1년 뒤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기사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미군의 만행을 알렸고 한·일 공동조사까지 추진됐다. 2년 넘는 조사에도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지시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미군의 잘못이 기사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기사에 따르면 49년 전 6·25전쟁이 발발한 지 한달도 안된 7월25~29일 남으로 내려오던 피난민 약 300명은 충북 영동군 노근리 쌍굴다리(경부선 철로) 인근에서 무참히 사상당했다.

북한군을 막기 위해 주둔하던 미군 제1기갑사단 7기병연대 예하 부대는 "북한군이 피난민에 숨어 있다"며 피난민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방어선을 넘어서는 자들은 무조건 적이므로 사살하라. 여성과 어린이는 재량에 맡긴다"는 명령에 따라 피난민에게 전투기 폭격을 가하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쌍굴다리로 몸을 피하는 피난민들을 쫓아가 무참히 사살했다.

당사자 대다수가 사망한 데다 가해자의 은폐로 알려지지 않던 이 사건은 고 정은용씨(91)의 진술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정씨는 1960년 주한미군소청사무소에 손해배상·공개사과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지만 기각당했다.

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정부, 국내외 언론 등과 꾸준히 접촉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고 1994년 4월 유족들의 이야기를 묶어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이 나오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앞서 AP통신은 정씨의 책이 나오기 1년 전부터 취재에 착수했다. 최상훈 기자, 멘도자 기자 등이 한국에서 취재를 하고 미국 현지에선 참여한 미군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정적인 윗선의 지시로 보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사는 취재 1년반가량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다음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1면으로 다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칼럼도 이어졌다.

국내 언론들도 앞다퉈 보도했다. 정은용의 아들(정구도 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AP통신의 보도가 나간 뒤)내·외신 기자들이 인터뷰하기 위해 내게 통사정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피해자·유족들의 아픔은 쌍굴다리에 남겨진 총탄의 흔적처럼 선명하다. 특히 학살 피해자들은 속속 세상을 떠나고 있다. 학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정은용씨는 2014년 숨을 거뒀다. AP통신은 그를 '올해 사망한 주요인물'로 손꼽았다.

그나마 희생자들은 2004년 특별법 제정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학살현장인 쌍굴다리는 2003년 등록문화재 9호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작은 연못'도 개봉됐다.

2011년 10월엔 국비 191억원을 들여 학살 현장 인근 13만2240㎡에 '노근리 평화공원'이 조성돼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사과를 받지 못한 영혼들은 여전히 쌍굴다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