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님 말고' 한건 국감의 민낯

[기자수첩]'아님 말고' 한건 국감의 민낯

이하늘 기자
2016.10.18 03:00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초반부터 파행 속에 시작됐지만 그나마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아니면 말고’ 주장이 난무하면서 국감의 격 자체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S오피스를 왜 MS에서 샀느냐”는 취지의 질타가 올해 국감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논란이 커지자 ‘의사소통 과정상의 오해’였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사실관계 규명보단 피감기관에 대한 면박 주기식 주장으로 일관했던 소통 방식이 오해를 자초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민간기업을 겨냥해 사실 관계가 어긋난 주장들이 많았다. 가령 이번 국감에서는 “이통사가 할부거래를 악용해 이자놀이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말기 할부수수료가 5.9%에 달하지만 할부거래 비용은 3.7% 수준에 그쳐 이통사들이 2% 이상의 부당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추후 사실관계 확인 결과, 할부수수료 5.9%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3.1% 수준으로 할부비용보다 낮았다.

네이버의 ICT 산업 기금 출연이 0원이라는 이유로 사회공헌 활동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지난해 네이버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1.32%로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세번째로 크다. 일부 기금 실적만으로 기업의 사회공헌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

복수 국회 담당 기업 대관팀 인사들에 따르면 이들 사례 외에도 올해 국감에서는 일부 왜곡된 사실로 기업들을 겨냥한 질타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업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운털이 박히면 향후 입법 및 정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명 자체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특정 모 의원은 국감 자료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는 이유로 모 기업 대관 담당자들의 출입을 정지시켰다.

국회법은 의원들의 국감 발언에 면책 특권을 부여한다. 의원들이 국정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을 겨냥해 사실 관계가 불명확한 ‘아니면 말고’식 지적이 난무하고, 이에 대한 반론권마저 묵살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같은 관행이 고착되면 자칫 국감과 국회 모두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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