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지은 뉴라이트 홍보관?" 논란에 선 역사박물관 전시

"세금으로 지은 뉴라이트 홍보관?" 논란에 선 역사박물관 전시

김유진 기자
2016.12.07 03:10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일본 극우도 차마 못 하는 주장" vs "'세계관'에 초점…학계 근거도 있어"

전시장에 마련된 가상 협상 테이블. 관람객은 이곳에 앉아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이 맺어지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볼 수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장에 마련된 가상 협상 테이블. 관람객은 이곳에 앉아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이 맺어지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볼 수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중국의 속국이었던 조선이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을 시작으로 전 세계 국가들과 근대적 조약을 맺고,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근대화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6일부터 내년 3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1876년 개항, 대륙에서 해양으로’ 특별기획전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국정교과서에도 담겼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식민사관(식민지근대화론)과 그 맥락이 같다"며, 기존 역사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속국, 강화도조약 덕분에 ‘근대화’?

이번 전시에 박물관 측은 “개항을 다룬 다른 전시관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세계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이라며 “강화도조약에 관한 시각은 최근 학계에서도 관련 논문이 나오는 등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다른 시각', 도대체 어떤 '세계관'이길래 역사학자들이 이번 전시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일까.

우선 프롤로그 ‘고지도를 통해서 본 두 개의 동아시아관’에선 “개항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며 중국 중심으로 그려진 ‘천하총도(1684,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천지도(185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을 보여준다. 한국은 외곽에 작게 표기돼있다.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서양 지도가 나온다. ‘아시아지도(1690,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드릴의 세계지도(1707, 경희대 혜정박물관 소장)’ 등 현재의 형태에 가까운 서양 지도다. 개항 전 우리의 인식이 편협하고 중국 중심적이었음을 설명한다.

벽에는 조선이 중국과 굴욕적인 관계임을 암시하는 기록이 적혀있다. “(중략)조선의 국왕이 번봉을 각별히 지키면서 해마다 직공을 닦는데, 속국 가운데에서 가장 공순하다고 일컬을 만하다.”(순종대왕 30년 경인, 1830)는 문구다.

전시 핵심인 강화도조약은 척화파와 개화파의 논리적 대립을 묘사한 이후 등장한다. 하지만, 1875년 9월 20일 일본군함 운요호가 강화 앞바다를 불법 침입, 이에 대응한 연안 포대의 포격을 빌미로 일본이 협상을 시작했고, 여기에 ‘친일파 1호’인 김인승이 역할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1873년 고종이 직접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조선의 폐쇄적인 대외 정책에 변화가 왔다”고 기술한다. 마치 고종의 직접 통치로 쇄국 정책에 변화가 와서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전시장에는 서울대 규장각에서 빌려온 강화도조약 원본이 전시됐으며, 관람객이 당시 조약을 맺은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들은 대외 침략의 빌미로 소개된다. “개항 후 조선정부의 개화노력은 1882년 임오군란을 계기로 좌절”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 등 전후 설명이 제거된 임오군란과 동학농민운동의 서술이 그 예다.

역사학자들 “역사박물관, 세금으로 지은 뉴라이트 홍보관”

전문가들은 이런 시각은 일본의 극우 교과서인 ‘후소샤 교과서’도 채택하지 않은 더 극우적 주장으로,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담겼던 논리라고 설명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후 교학사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로 그 논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고려대 한국사연구소 교수)은 “이번 전시에 담긴 시각은 조선이 철저하게 전근대 중국 질서에 순응한 체제였으며, 20세기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 체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힌다며 “독재정권 시기에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일제강점기에 이룩한 근대화가 있다는 서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용직 관장 등 박물관 핵심 관계자들은 2008년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진이나 외부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세금으로 만든 국립박물관을 ‘뉴라이트 홍보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은 "강화도조약의 부정적 측면을 오로지 '불평등 조약'이라는 단 한 줄의 문구로만 서술하고, 강화도조약의 전후로 제국주의가 이 땅에 들어오고 식민지화가 진행된 상황을 서술하지 않은 것은 뉴라이트적 역사관"이라며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학자는 거의 없고, 사회과학 쪽에서도 극히 소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고종이 직접 통치를 하면서 조선이 쇄국정책을 바꾸었다는 것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국정이 아닌, 검인정 교과서)에도 서술되어 있는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라며 "그를 언급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조일수호조규를 체결하는 여러 과정 중 운요호 사건을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이 바로 조일수호조규의 미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물관 측은 “강화도조약을 체결하는 여러 과정 중 운요호 사건을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이 바로 강화도조약의 미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개항 관련 전시에서 근대적 문물의 도입 사실을 소개한 것이 문제라면 그동안 개항을 다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부산근대역사관 등도 모두 식민지근대화론을 따른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그동안 우리 역사교과서의 근대 집필 기준은 강화도조약보다 앞선 19세기 중반, 흥선대원군 개혁을 시작으로 하며 이때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강화도조약으로 인해 조선의 ‘세계관’이 변했다는 관점을 비판했다. 그는 “일부 뉴라이트에서 내재적 발전론을 부정하고 일본을 통한 세계관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역사학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2008년부터, 448억 원을 들여 개관할 때까지 꾸준히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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