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어린 자식 죽이는 사건 잇따라…처벌강화 목소리, "사회적 관심도 중요"

연간 30여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은 생각보다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따로 가중처벌은 없다. 오히려 한편에서는 "오죽했으면…"이란 동정의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끊이지 않는 사건에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살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정성국 박사(검사조사관)의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국내 비속살해는 총 230건으로 연간 30~39건 수준에 달했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해는 해마다 50~60건 발생했다.
비속살해는 별도 처벌조항이 없다. 일반 살인죄로 묶이는 탓에 최근 통계는 경찰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범행은 대개 부모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나 생활고 때문에 벌어진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A씨(여·44)는 이달 13일 오후 서대문구 자택에서 자녀인 B양(11)과 C군(7)을 목졸라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자해를 시도했다. A씨는 우울증 증세를 겪었으며 "죽고 싶다"는 말을 남편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0일 경기도 남양주에서도 어머니 D씨(42)가 6세와 4세 남매를 살해했고 6월에도 서울 서초구에서 40대 여성이 5세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속살해는 따로 분류 없이 살인죄와 같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존속살해(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식을 살해한 부모에 대해 오히려 불쌍해 하거나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어린 자녀는 자신을 방어하고 생각할 능력이 없는 취약한 존재라서 약자에 대한 범죄로 가중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속살해가 가중 처벌되지 않는 배경에는 효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면 패륜으로 보는 유교 문화가 법에도 반영됐다"며 "반면 부모가 자식을 소유한다는 가부장 인식으로 자식살해는 부모살해보다 큰 죄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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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비속에 대한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자식이 부모에게 고문·가혹행위를 하면 20년형이지만 15세 미만 미성년자 자녀에게 같은 행위를 한 부모는 30년형에 처해 가중 처벌한다.
국내에서도 법 개정 시도는 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계비속인 13세 미만의 아동을 살해하는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3월에 내놨지만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존속살해와 비속살해 처벌을 달리 하는 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자식살해 직후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처벌 강화보다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신질환 등 위험신호를 미리 주위에서 읽고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홍진표 서울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는 우울증이나 조현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다"며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가족이 환자가 치료받게끔 돕고 사회적으로 상담과 치료 서비스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