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가해자에 대한 징벌 취지 무색…보험사 부담 늘어 선량한 보험 가입자 보험료만 올라갈 판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사고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한도가 크게 늘어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이 우려된다. 현재 법과 보험약관상 교통사고 위자료는 최대 400만원인 가해자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위자료 중 징벌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금액은 보험사가 아니라 사고 가해자가 직접 부담하도록 사법부가 판례 등을 통해 기준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예 법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의 경우 가해자의 부담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법부는 교통사고 위자료 중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구분해 달라는 손해보험업계 요청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음주운전과 뺑소니 등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최대 3억원까지 올리는 내용의 위자료 산정 기준 권고안을 마련했다.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와 위법행위 예방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대해 보험업계는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위자료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문제는 위자료를 올려도 음주운전과 뺑소니 가해자는 사고건당 최대 400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르면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시 가해자의 본인부담금은 최대 40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보험약관상 위자료는 배상책임액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자료를 올려도 가해자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징벌의 취지는 살지 못하고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만 발생하게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위법행위 예방 효과까지 기대하는 대법원의 취지를 살리려면 위자료 중 가해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구분해줘야 한다”며 “사법부 지침도 없는데 보험사가 손해배상액 지급에 대한 기준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 상태로는 늘어난 위자료 중 가해자 본인부담금 최대 400만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험사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개정해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처럼 건당 최대 400만원으로 액수를 정하는 정액제 대신 위자료 규모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올라가는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8월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불합리한 자동차보험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시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20%를 가해자가 부담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이와 관련한 법 개정안은 현재 검토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