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구조조정에 예보 부담 1년새 5000억 '눈덩이'..보험부실, 계약자도 나눠진다

늦어진 구조조정에 예보 부담 1년새 5000억 '눈덩이'..보험부실, 계약자도 나눠진다

권화순 기자
2026.10.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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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보험사, 계약조건 변경 없으면 인수자 찾기 '하세월'
예별손보 지원금 1조 이상 발생한 근본 원인
경영개선권고 단계부터 보험료 조정 주장 있지만, 소비자보호 사각지대 우려도

보험사 정리제도/그래픽=김지영
보험사 정리제도/그래픽=김지영

지난 7일 OK금융그룹이 예금보험공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예별손해보험 매각 과정을 살펴보면 보험사 구조조정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2025년 3월 메리츠화재는 예별손보 인수 직전까지 갔으나 노조 반대 등으로 실사를 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했다. 예보는 당시 메리츠화재에 6000억원대의 지원금을 얹어 예별손보를 매각하려 했다. 반면 OK금융은 이번에 1조14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약속 받았다. 불과 1년여 만에 예보의 지원금액이 5000억원 이상 불었다. 매각이 지연된 기간 예별손보 부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1조원이 넘는 지원금은 결국 금융회사 예보료 '폭탄'으로 이어진다.

메리츠화재로의 매각 불발 이후 당초 금융당국은 5개 손해보험사로 예별손보 계약 이전을 검토했다. 계약을 이전 받을 보험사들은 반발했다. 계약이전에 따른 이득보단 손실계약 부담으로 회사당 수백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부실 보험사 대부분은 과거 고금리 계약을 대량으로 판매가 경우가 많다. 이런 계약을 많이 보유할 수록 인수자 부담은 커진다. 인수 후에도 거액의 증자를 해야 한다.

부실 보험사 매각 사례/그래픽=김지영
부실 보험사 매각 사례/그래픽=김지영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보험계약이전 제도는 독일이나 영국, 일본 등에서는 많이 활용하고 있는 보험 정리 방안이다. 국내에서도 과거 2003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이 하나생명의 보험계약을 이전 받은 적이 있다.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는 계약조건 변경 없는 강제 이전을 해야 하지만 보험업법에선 계약조건 변경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실제 활용은 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예별손보의 계약을 5개 보험사가 넘겨 받으면서 계약이전 제도가 적용됐다면, 고금리 계약의 금리 수준을 낮추거나 과도한 보장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 인수자의 보유계약에 맞춰 계약조건을 조정하면 인수 후 전산개발 등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신속한 계약이전이 가능해진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데, 실손보험 계약을 넘겨 받아 관리·유지하는 '런오프 보험사'가 설립되면 생보사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계약이전 제도 필요성에 대해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처럼 손실이 예상되고 그대로 인수해야 한다면 인수기관 찾기기가 힘들고 예보 지원 부담도 커진다"며 "금산법상의 동일 내용 승계가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예 "보험사 경영개선 권고 단계에서부터 보험료 조정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산법)개정을 하는게 적정하다"고 답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적극 검토하겠다.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약조건 변경에 따른 계약자의 손실부담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냐가 가장 큰 쟁점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지 않고 과도한 혜택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도 손실을 나눠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소비자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도 상존한다. 보험업법에선 계약자의 10% 이상이 계약이전 조건에 대해 반대하면 이전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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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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