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일본 3가지 주장 뜯어보니…"허튼소리"

세종=권혜민, 유영호 기자
2019.11.26 15:06

日 "韓 수출통제 법·인력 미흡" 거듭 주장… 국제사회 "韓 수출통제 모범생, 日보다 낫다" 인정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11.4/사진=뉴스1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에 앞서 다시 한 번 공세에 나섰다.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수출통제제도를 개선하는 게 전제조건"이라고 단서를 단 것이다. 3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를 바꾸지 않는 이상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우대국)로 돌아갈 일은 없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주장한 3가지 문제는 한국이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이 큰 품목에 대한 규제(법)가 미비하고 △수출 심사·관리 인력 등 통제체제가 취약하고 △양국 간 정책대화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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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국제사회와 전문가들 지적이다. 수출통제제도 운영의 틀이 서로 다를 뿐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수출통제 모범생’으로 불릴 정도로 안정적 제도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①“캐치올 규제 韓이 日보다 더 엄격”

먼저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이유로 ‘한국에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Catch-All·상황허가) 규제가 없어 수출통제제도 허술하다’고 주장한다.

캐치올은 전략물자가 아닌 일반 품목이더라도 대량파괴무기(WMD)나 재래식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모든 품목(all)을 통제(catch)한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 주장의 근거는 우리 법 규정상 캐치올 대상에 재래식무기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억지주장이다. 정부가 이미 2003년부터 재래식무기에도 캐치올 통제를 적용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1년 전략물자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 가입한 후 국제사회 권고를 받아들여 2003년 캐치올 통제 제도를 도입했다. 2007년에는 근거 규정을 '대외무역법'으로 격상해 통제 수준을 강화했다. 재래식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 의무 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조치 고시'를 근거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엄격히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비전략물자를 비(非)백색국가로 수출할 때 재래식무기 전용 의도가 ‘의심’만 되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본의 경우 ‘통보’ 받을 때에만 허가 대상이다. 백색국가로 수출할 땐 캐치올 통제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수출한 비전략물자가 재래식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한국보다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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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국제사회가 인정한 ‘韓 수출통제 시스템’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둘째로 일본 정부는 또 전담인력이 적다는 점을 한국 수출통제제도가 미흡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일본은 수출통제 업무를 경제산업성이 총괄하는 구조다. 수출통제 전담인력이 약 100여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면 한국은 수출통제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산업용 전략물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 전용) △방위사업청(군용) 등으로 나눠 운용한다. 품목별 관리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전략물자관리원, 원자력통제기술원 등 세밀한 판정이 가능한 별도 전담기관도 운영 중이다. 3개 부처, 2개 공공기관에 전담인력 120여명으로 오히려 일본보다 많다.

실제 한국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부처별 전문성을 가지고 수출허가를 심사하는 데다 전문 기관을 두고 세밀하고 전문적인 판정을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전략물자 관리 평가 결과 한국은 세계 17위에 올랐다. 일본은 36위였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자국 수출통제제도 틀에 맞춰 한국 제도를 해석하다보니 생긴 오해”라며 “한국의 수출통제 조직·인력 운영 및 평가에 대해 국제기구 등에서 ‘모범생’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을 순화했지만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비판이다.

③韓 정책대화 요구 무대응한 日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한일 무역당국간 실무회의에 참석한 양측 대표들이 마주 앉아 있다. 한국 측(오른쪽 양복 정장을 입은 두 명)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일본 측에서는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 및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참석했다. <사진출처: 경제산업성> 2019.07.12./사진=뉴시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는 양국 간 신뢰관계 훼손을 수출규제 주원인 중 하나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정책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은 건 오히려 일본 정부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2016년 6월 이후 국장급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못한 것은 양국 간 일정조율 문제 때문”이라며 “양자협의 외에도 국제 수출통제체제, 컨퍼런스 등 다양한 통로로 정보 교류가 가능했던 만큼 양국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충분한 의견교환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에 꾸준히 양자협의 개최를 요구했으나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은 일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과장급 양자협의를 설명회로 격하해 의미를 축소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 참석자를 창고로 불러들여 의도적으로 홀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일본 양국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함께 수출규제 문제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국장급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열기로 합의했다. 다음 달 초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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