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美압박에 "강제징용 해결부터" 원칙 깨...방어논리·명분 위해 합의 과정·내용 왜곡 분석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현종(왼쪽부터) 국가안보실 2차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브루나이 정상회담에 참석해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19.11.24. dahora83@newsis.com](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19/11/2019112512277627470_1.jpg)
지난 22일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안 발표 후 양국간 논박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합의안의 내용과 평가 등 합의 과정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유리한 억지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갈등 봉합 직전까지 이어진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과 합의 결과물을 견줘 보면 일본 정부가 원칙이 허물어진 데 대한 방어 논리와 명분을 찾기 위해 의도적인 곡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베 "日 양보 안했다" 주장에 "우리가 판정승" 반박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했다". 지난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말이다.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아사히 신문), "거의 퍼펙트게임이다"(일본 고위 당국자·산케이신문) 등 일본 측의 일방적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일 갈등이 '원칙'과 '명분'의 싸움이란 점을 감안하면 원칙의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판정승' 해석이 사실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일본은 지난 7월 보복성 수출규제 감행 이후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규제 철회는 없다'는 속내를 고수해 왔다. 비정상적으로 단 한차례 열린 과장급 협의 외에 수출관리당국 국장급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8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통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는 무관하다"며 꿈쩍하지 않았다. 반면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문제에서 태도 변화를 보여야 지소미아 재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풀리지 않았는데도 수출관리정책대화에 응한 모양새가 됐다. 원칙을 허문 것이다.
역으로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일본의 태도 변화(수출정책 대화)로 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명분을 찾았다. 외교 소식통은 "강제징용과 수출규제를 링크(연결)한 일본의 원칙, 수출규제와 지소미아가 무관하다는 일본의 원칙이 모두 허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靑 "합의과정·내용 왜곡" 비판, 日경제산업상 "언급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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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일 양국은 지난 22일 오후 6시 양국이 이행할 2가지 조치를 각각 발표하기로 했지만 일본은 7분 늦게 경제산업성 국장급 인사가 수출관리정책 대화 개시를 발표했다. 지소미아와 연계성을 부인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단한 한국이 양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읽힌다. 정 실장은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합의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도 편의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WTO 제소 절차 중단을 수용해 협의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먼저 제시한 양보안에 마지못해 수출규제 관련 국장급 대화에 응했다는 얘기다. 정 실장은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 통보 후 일본이 그제서야 협의를 제안해 온 것"이라고 선후 관계를 반박했다.
합의안 내용도 왜곡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은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시작하지만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이런 입장으로 일본이 우리와 협상했다면 애당초 합의를 할 수 없었다"며 "한일이 조율한 내용이나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대응이 한국 정부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다 미국의 압박으로 '퍼펙트게임'이 무산되자 대내외적 논리와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양쪽을 다 압박했지만 협상을 재개하라는 압박은 일본에 훨씬 강하게 갔을 것"이라며 "협상 재개로 원칙이 허물지고 논리들이 무너지자 나오는 꼼수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25일 일본의 발표가 왜곡됐다는 한국 정부의 비판에 대해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언급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고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