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등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시장이 흔들리는 건 비단 우리나라 뿐이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세금 감면, 취약계층 지원, 도매 시장 규제 등을 통해 전력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유가 폭등으로 이익이 급증한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나라들도 있다.
2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각국 정부는 전력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전력회사 직접 지원 △세금·부과금 감면 △도매시장 규제 △소비자 직접 지원책을 논의 중이거나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21억유로(약 2조8300억원)를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EDF는 3조4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인데, 정부가 2조8300억원 어치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전력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는 전력시장 가격이 kWh(키로와트시)당 0.7크로네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 비용의 80%을 정부 예산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 투입 규모는 1조1400억원 정도다.
포르투갈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현물시장의 가격을 MWh(메가와트시) 당 180유로(244.4원/kWh)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우리 정부도 도매가격을 제한하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도입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세금 감면과 취약계층 지원은 각국 정부의 공통된 대책으로 활용된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크로아티아, 체코, 프랑스 등 유럽 주요 21개 국가에서 해당 정책이 시행 중이다. 스웨덴은 전력소비량이 월 2000kWh 이상인 가구(18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월 2000크로나(약 26만원)씩 최대 6000크로나를 지원했다. 전체 지원 규모는 60억 크로나(약 7905억원) 수준이다. 영국의 경우 올해 2월 주택용 전기 이용자에게 연간 350만파운드(약 55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탈리아는 취약계층 지원과 에너지 다소비 기업 세금 공제에 80억유로(약 10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을 편성했으며 프랑스는 소매요금 인상 제한을 위해 전기요금 내 에너지 소비세를 95% 인하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나라도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8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도매가격 인상으로 인해 추가 이익을 누리고 있던 일부 무탄소 발전원(수력·원자력)에 대해 해당 이익을 환수하는 법령을 발효했다. 환수 기간은 지난해 9월 15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로 환수 규모는 26억유로(약 3조5000억원)이다.
이탈리아도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신재생 발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고 과도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에 대해 25%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과 헝가리도 횡재세 부과 계획을 세운 상태다. 영국의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석유·가스 생산업체에 대한 법인세 10%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