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는 수년간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재정수지는 2018년부터 4년 연속 흑자였다. 착시현상이었던 것일까. 보건의료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지역가입자 재정수지는 2018년 이전에는 적자 흐름을 보였고,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건보제도 헛점을 이용해 자국 가족을 초청한 뒤 수천만원대 치료를 받는 '먹튀' 사례도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 특히 한국과 왕래가 쉬운 중국인 가입자들의 적자가 크다는 점이 이 같은 외국인 건보 사각의 대표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외국인이 낸 보험료는 1조 5793억원이었다. 전체 급여비는 1조 668억원이 지급돼 외국인 건보 재정 흑자는 5125억원이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였던 셈이다. 2018년 2255억원, 2019년 3658억원, 2020년 572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 4년간 누적 흑자는 총 1조 6767억원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전체 재정이 흑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게 보건의료계 중론이다. 재정이 불필요하게 새는 부분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외국인 지역가입자 재정수지는 한때 적자 상태가 이어졌던 만큼 꼼꼼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등의 건보 통계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지역가입자 건보 수지 적자는 2015년 1310억원, 2016년 1716억원, 2017년 1987억원 연이어 발생했다. 외국인 직장 가입자 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였던 점과 대비된다.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계속 흑자여서 재정 누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직장가입자를 통해 재정누수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국의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린 뒤 질병이 걸리면 국내로 불러들여 건보 혜택을 받게 하는 식이다. 약값이 비싼데다 약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야 하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자가 이 같은 방법으로 2017년부터 30억원 가량의 건보 혜택을 받은 사례도 있다.
특히 중국인 가입자의 적자가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가입자 국적별 재정수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중국인 가입자의 건보 적자는 3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년간 중국인 가입자들이 1조8630억원을 건보료로 내는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들의 치료비 명목으로 2조2473억원을 토해낸 결과다. 한국과 가까워 왕래가 편해 피부양자 자격으로 쉽게 입국한 뒤 건보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외국인 가입자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정부는 외국인이 건보에 무임 승차할 수 있는 피부양자 자격을 얻으려면 국내에 일정 기간 머물러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피부양자 자격이 되는 국내 체류 기간은 6개월 이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