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하우절은 저서 '불변의 법칙'에서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할 때 남는 것이 리스크"라고 했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본질적 리스크는 인구 문제다. 어떤 시나리오든, 그 끝은 위기를 가리킨다.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는 빠르게 대응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에는 둔감하다. '회색 코뿔소'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위기가 문제를 더 키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구 문제는 '국가적 비상사태'로 불릴 만큼 심각하게 여겨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접한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머리를 부여잡고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는 인구 전담 부처 신설을 추진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엔 저출생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인구 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다. 완전히 망한 것 같던 한국의 상황이 달라진 건 아니다. 다만 통계가 보여주는 수치상의 반등이 착시를 만들었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전년보다 8300명 늘었다. 연간 출생아수가 증가한 건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합계출산율도 9년 만에 반등했다. 월별 출생아수는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통계만 보면 위기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출생 통계의 반전은 예상된 결과다. 1991~1995년생을 '2차 에코붐 세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연간 70만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반면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연간 출생아 수는 60만명대에 머물렀다.
2차 에코붐 세대는 올해 30~34세다. 지난해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였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2차 에코붐 세대가 출산 적령기에 도달하자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이다.
합계출산율의 반등도 '템포 효과'(tempo effect)로 설명된다. 출산 연령이 올라가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을 떨어뜨린다. 가파르게 상승한 출산 연령은 합계출산율을 통계적으로 더 낮췄다. 하지만 최근 출산 연령 상승세가 멈추면서 반등이 나타난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인구 통계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시기에 집권했다. 앞으로 5년간 출생아 수가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 이 시간을 '진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초저출생 상황은 대학 입학자원, 병역 자원, 노동력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은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처럼 지방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 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곧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에도 지역 우대 정책들이 상당수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대통령 공약 사항인 아동수당 확대를 비수도권 중심으로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획재정부가 '70%의 덫'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초연금도 지역별로 차등하는 것은 어떨까.
인구 문제에 대한 고민은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위기의 징후가 눈앞에서 잠시 가려졌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미룬 과제는 머지않아 미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인구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