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구조조정, 택갈이·자연감소는 탈락

지출 구조조정, 택갈이·자연감소는 탈락

세종=박광범 기자
2026.03.31 04:00

사업간 우선순위 조정 등
의도적 절감 노력이 핵심

정부가 예산편성 때마다 반복되는 '무늬만 지출구조조정'이라는 논란의 고리를 끊어낸다. 부처의 '의도적 절감 노력'이 없으면 지출구조조정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일정에 따라 사업이 종료되거나 예측실패 등으로 감액이 예정된 사업까지 구조조정 실적으로 포장해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기획예산처는 30일 임시국무회의를 통과한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지출구조조정 기준 및 추진방안'을 담았다. 지출구조조정의 정의를 △유사중복·집행부진 사업을 정비하거나 사업간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의도적 절감 노력을 통한 비효율적 사업감축 △사업구조를 개편해 지출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예산절감에 기여하는 조치로 한정했다.

핵심은 정부의 '의도적 절감 노력'이다. 그동안 정부는 인구 및 산업구조 변화, 중기계획상 사업종료가 예정됐거나 유사사업을 새로 편성하는 경우 등도 지출구조조정 실적에 포함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정부는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역대 최대인 27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늬만 지출구조조정' 사례가 다수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민석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예컨대 기획예산처의 전신인 기획재정부는 당시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예산 1145억원을 전액삭감해 지출구조조정 실적에 포함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2.0'이란 이름으로 부활해 2012억원이 편성됐다. 이른바 '택갈이' 사업으로 기존 사업의 증액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해 새출발기금 예산 5000억원을 지출구조조정했다고 했지만 해당 사업예산은 2개월여 전에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에서 7000억원 증액된 상태였다. 당초 계획보다 2000억원 증액됐는데 지출구조조정으로 둔갑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말 종료 예정이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예산 291억원을 지출구조조정 실적에 산정했다. 국가데이터처 역시 5년에 한 번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사업 예산 16억원을 지출구조조정 사례에 포함했다.

이에 기획처는 당초 사업계획 등에 따라 사업이 종료되거나 부처의 의도적 절감 노력 없이 예산이 자연적으로 감소한 경우는 앞으로 지출구조조정 내역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지출구조조정 실적산정을 위한 구체적 기준도 마련했다. 원칙적으로는 세부사업 단위로 지출구조조정 실적을 산정하되 불가피할 경우에는 내역 사업단위로 실적을 계산한다.

기획처 관계자는 "의무지출 10% 감축을 위해 제도개선으로 절감되는 효과를 실적으로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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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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