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확장 재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내년도 총지출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처음 700조원을 넘는다. AI(인공지능) 대전환 산업과 지역 우대 예산 등이 두드러진다. 재원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돌파한다.
정부는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2026년 예산안'과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매년 8월 말 이듬해 예산안을 편성하고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이를 토대로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한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이다. 2022년(8.9%)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2018년 7.1% 이후 임기 내내 8~9%대의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2023년 5.1% 이후 2024년 2.8%, 2025년 2.5% 등 긴축 예산을 편성했다.
이재명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8%대로 끌어올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렵게 되살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29조6000억원)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관련 예산의 증가율(14.7%)도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국방비 증가율(8.2%)은 총지출 증가율과 유사하다.
문화·체육·관광(8.8%), 공공질서·안녕(8.8%), 보건·복지·고용(8.2%) 분야의 예산 역시 8%대로 늘었다. 반면 외교·통일 분야 예산은 9.1% 줄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많이 늘어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정상화'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정부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관련 예산을 올해 3조3000억원에서 내년 10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하기 위한 2조1000억원의 예산 등을 반영했다. 로봇·자동차·조선·제조 등 주요 산업 분야에는 5년 동안 약 6조원을 투입한다.
만 8세 미만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지급연령을 내년에 만 9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2030년까지 매년 1세씩 늘려 만 13세 미만까지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 비수도권을 3개 지역으로 나눠 해당 지역에는 아동수당을 각각 월 최대 13만원, 12만원, 10만5000원 지급한다. 수도권은 지금처럼 월 10만원씩 지급한다.
청년미래적금(월 납입 한도 50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월 15만원), 대중교통 정액패스(최대 20만원) 등도 새롭게 도입된다. 군 초급 간부 보수는 최대 6.6% 인상하고, 장기 복무 시 월 30만원 매칭 지원을 하는 내일준비적금도 신설된다.
내년 예산안의 지출 구조조정은 역대 최대인 27조원 수준이다. ODA 예산 정상화와 교육세 배분구조 개편 등에서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연례적 행사와 홍보성 경비 등을 500억원 줄인 것도 눈에 띈다.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음에도 확장적인 예산 편성으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0%로 확대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8%였다.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9.1%에서 51.6%로 늘어난다. 정부는 중기계획 상 국가채무비율을 2029년까지 50%대 후반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이번 예산안을 새정부의 경제성장전략과 긴밀하게 연계함으로써 예산과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예산안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투자를 이어 나가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