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두고선 2005년 폐지된 조사국이 사실상 부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를 벌였던 조사국은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 등으로 2005년 폐지됐다.
특히 이재명정부 검찰개혁 기조에 발맞춰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의 조직 힘을 빼고 있는 것과는 180도 다른 기류로, 기업 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검찰 반부패수사부는 검찰의 주요 인지수사 부서 중 하나로, 과거 특수부로 불리다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전·현직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에 더해 대형 경제 사건 등을 수사하며 '검찰의 꽃'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기조 속에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공소유지 전담 기관인 공소청을 설치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와 국무회의 의결로 오는 10월부터 검찰은 경제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놓게 된다. 대신 반부패수사부 기능은 새로 생길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핵심은 검찰에 독점돼있던 강력한 수사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취지인데, 공정위는 이와 반대로 중점조사기획단을 통해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최근 공정위가 반복 담합 근절대책과 경제적 제재 강화 등을 잇달아 내놓은 상황에서 중점조사기획단까지 신설되면 사실상 전방위 기업 사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단 우려다.
실제 공정위는 반복 담합 사업자는 물론 소수 사업자의 독과점 고착화에 대응해 '구조적 조치' 도입 공론화에도 나선 상태다. 기존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제재만으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분할이나 지분매각 등과 같은 구조적 조치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적 조치란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경쟁을 제한할 때 그 기업의 소유 구조나 사업 행태를 바꾸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시정조치를 의미한다. 단순히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매기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몸집이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 위원장은 "구조적 조치 자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억지력을 가진다"며 "구조적 조치를 올해 하반기 안에 도입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점조사기획단이 정권 입맛에 맞는 조사에만 주력할 수 있단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공정위는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지향점 외에 (다른 지향은) 없다"며 "중점조사기획단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입맛에 따라 구조적 문제 해결에 특화된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최근 기업 관련 사건이 여러 법 위반이 얽힌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등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중점조사기획단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 발생한 '쿠팡 사태'와 같이 다수 법 위반이 얽힌 복합 사건의 경우 하나의 조직에서 조사해야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제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생 밀접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도 중점조사기획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가령 중동 사태 등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민에 피해를 야기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신속하게 처리할 일종의 '기동대' 역할을 중점조사기획단에 맡기겠단 구상이다.
주 위원장은 "중점조사기획단은 1차적으로 복잡한 쟁점을 일시에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조사해 얽힌 실타래를 푸는 탄력(Agile·애자일) 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 위원장은 쿠팡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공정위 결정을 취소해달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법원 결정을 따라야 한다"면서도 "쿠팡이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썼는데 그와 위반된 사실이 발견돼 동일인 지정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위 사실이 입증됐을 땐 현행법상 고발 등 형사적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