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인력부족 문제가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 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진 영향이 크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한반도를 재건하기 위해서 대기업 주도 성장을 선택한 정부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초고속 성장의 과실을 얻어냈다. 하지만 산업의 뿌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기업에 몰린 온기가 중소기업까지 전달되지 않으면서 기업규모별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가정할 때 한국의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1999년 71.7에서 2015년 53.1까지 떨어졌다. 2018년 59.8로 다소 오르긴 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일본은 68.3, 유럽연합은 75.7로 우리보다 격차가 적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은 두드러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 선호도 조사에서 대기업 취업에 관심있는 청년은 64.3%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15.7%(중복 포함)에 그친다.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12%에 불과한 대기업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취업문이 좁다보니 고학력 니트족(일하지 않고 구직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만 늘어난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0%에 육박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44.3%를 크게 웃도는 1위지만 지난 2월 통계청 고용동향 기준 30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7%로 평균 실업률 3.1%를 2배 이상 웃돈다.
우리보다 먼저 청년실업난을 경험한 일본은 2003년 청소년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정과 2008년 신고용전략을 내놓으며 돌파구를 찾았다. 니트족이나 프리터족(특정 직업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고용단념계층을 대상으로 청년고용 문제를 집중한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취업 원스톱 서비스센터 '잡카페'나 정부가 인증하는 직무경력 기록서인 '잡카드'를 활성화 시켰다. 또 교육프로그램 '듀얼시스템'과 구직지원제도인 '트라이얼 고용제' 등도 병행했다. 기업에는 중소기업 인증제도를 만들어 위상을 높여줬다. 청년채용에 적극적인 중소기업에 '유스 옐'(Youth Yell)이란 인증마크를 주고 상품이나 광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로 중소기업 선호도가 높아지고 채용도 늘리는 효과를 봤다.
영국에서도 청년실업이 증가한 1990년대 '복지에서 일터로'라는 슬로건을 건 청년뉴딜정책을 실시해 효과를 거뒀다. 청년이 6개월 이상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면 강제로 직장탐색과 기능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프로그램 참여 후에도 취업이 안되는 구직자는 집중관리를 해줬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영국 정부는 7만명에 가까운 청년실업자가 새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추산한다.
유럽 평균의 절반 수준의 실업률을 나타내는 '강소기업의 나라'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의 교육훈련에 투자를 확대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현장 수요와 노동인력의 연결성을 강화한 독일의 직업훈련 시스템은 청년 고용을 40% 증가시킨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젊은 여성인재를 산업현장으로 진출시키는 걸스데이(Girls Day)가 있다. 이과 분야의 여학생은 1년에 1회 직업훈련이나 시설, 기관, 기업 방문해 취업 의지를 키우게 된다.
중소기업 진출을 위한 교육훈련도 잘 갖춰져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의 60%가 전문 직업훈련을 받는데, 이론은 직업학교에서 현장실습은 기업에서 실시한다. 1899년 설립된 목공예 부문 히든챔피언 기업 '뮐러'도 이런 인력수급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를 먼저 해결한 외국 우수사례를 그동안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독일의 걸스데이나 마이스터고 운영제도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차용해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보다 대학을 선호하는 한국의 특수성 탓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해외 우수사례를 국내에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우리 현실에 맞게 주거복지와 목돈마련의 기회를 보다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