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걸리던 열해석, AI로 단숨에"…극초음속 난제 푸는 이곳

송정현 기자
2026.09.16 05:00

[스타트UP스토리] 김규홍 하이퍼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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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비행체를 설계할 때 열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필요 이상 보수적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비행체가 무거워지죠. 저희는 AI(인공지능)로 열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 비행체의 무게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김규홍 하이퍼솔 대표(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하이퍼솔은 극초음속 미사일·우주비행체 개발에 필요한 열·유동해석 기술에 AI를 결합한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쉽게 말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행체의 어느 지점에 얼마나 많은 열이 가해지고, 이 열이 구조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산·분석해 비행체 설계를 돕는다.

회사는 김 대표가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극초음속 유동과 공력가열을 연구하며 축적한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있다. 극초음속은 일반적으로 음속(소리의 속도)의 5배(마하 5) 이상으로 비행하는 영역이다. 극초음속 미사일뿐 아니라 우주왕복선 등 우주비행체가 임무를 마치고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도 이 같은 극초음속 영역을 거친다. 이때 비행체가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주변 공기가 강하게 압축돼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영화에서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 기체 주변이 붉게 달아오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비행체 설계에서는 어느 지점에 얼마나 많은 열이 가해질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을 실제보다 높게 예상하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두꺼운 열보호 구조물과 소재를 적용해야 하고, 그만큼 비행체가 무거워진다. 반대로 열을 과소평가하면 극한의 비행환경을 견디지 못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 대표는 "열을 정확하게 해석해야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열보호 구조물을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비행체의 무게를 최적화하고 성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연구실 기술에 AI 더해 '일주일→즉시'

유동해석 (CFD)/사진=하이퍼솔 공식 홈페이지 스크린샷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에는 대학의 연구성과와 산업현장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대학에서 새로운 해석 기술과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기업이 이를 곧바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현장에 맞게 프로그램을 다듬고 지속적으로 유지·보수해야 하지만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에게 맡기기도 어려웠다. 김 대표는 "학교에서 만든 결과물을 연구소나 기업에 전달해도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연구성과를 산업현장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하이퍼솔은 여기에 AI를 접목했다. 극초음속 환경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해 하나의 조건을 계산하는 데 일주일가량 걸리기도 한다. 하이퍼솔은 다양한 조건의 고정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미리 생성해 AI에 학습시키고, 새로운 설계 조건이 입력되면 결과를 즉시 예측하도록 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한 케이스를 계산하는 데 일주일씩 걸리기도 했지만 결과를 미리 만들어 AI에 학습시키면 새로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다"며 "챗GPT에 질문하면 바로 답을 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퍼솔의 강점은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산 분야는 보안 문제로 외부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하이퍼솔은 김 대표 연구팀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극초음속 열·유동 시뮬레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행 조건의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고 이를 AI 학습에 활용한다. 김 대표는 "방산 분야에서 AI 접목이 더딘 이유 중 하나가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AI 학습 데이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용역 넘어 구독형 SW로…"누구나 정교한 열해석 가능"
하이퍼솔 기업 개요/그래픽=김지영

하이퍼솔은 현재 기업별 요구사항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검증하는 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산 대기업들과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하이퍼솔이 직접 시뮬레이션과 해석을 수행하는 방식이 중심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사가 프로그램을 도입해 필요한 해석을 직접 수행하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방산 대기업에는 보안을 고려해 고객사 내부 서버에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대학·연구기관에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하이퍼솔은 이 같은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근 방위사업청의 'K-방산 스타트업 육성사업' 1단계 기업으로 선정됐다. K-방산 스타트업 육성사업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방산시장 진입부터 자립까지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이퍼솔은 1단계에서 성장 로드맵 수립과 방산 교육, 시제품 개발 등을 진행한 뒤 성과평가를 거쳐 최대 5억원을 지원하는 2단계 연구개발(R&D) 사업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국내 우주·방산기업의 설계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소수 전문가의 경험에 의존하던 열 관련 의사결정을 시뮬레이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국내 우주·방산 분야는 열 해석과 문제 해결 경험이 아직 일부 전문가에게 집중돼 있다"며 "대학에서 축적한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정교한 열 해석과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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