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누르고 사업화 속도…국내 첫 '인공혈소판 공장' 세운 이곳

일본 누르고 사업화 속도…국내 첫 '인공혈소판 공장' 세운 이곳

송정현 기자
2026.08.21 05: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스타트UP스토리] 이민우 듀셀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공혈소판 시제품 컨셉사진/사진제공=듀셀
인공혈소판 시제품 컨셉사진/사진제공=듀셀

"바이오 기업이지만 처음부터 임상 진입보다 대량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데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 같은 전략이 메가케리온이 세운 45L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죠."

이민우 듀셀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의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듀셀은 국내에서 인공혈소판 대량생산 체계를 가장 먼저 구축한 기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21년 설립된 듀셀은 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소판을 개발·생산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50L 배양기를 활용한 인공혈소판 생산에 성공하며 대량생산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인공혈소판 개발 선두주자인 일본 메가케리온이 지난해 말 달성한 45L 생산 기록을 넘어선 성과다. 이후 듀셀은 경기도 안양의 준GMP(준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생산시설를 인수했고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민우 듀셀 대표 /사진제공=듀셀
이민우 듀셀 대표 /사진제공=듀셀

선두주자 시행착오 보며 반면교사…결국 日 제쳤다

듀셀 50L 배양기/사진제공=듀셀
듀셀 50L 배양기/사진제공=듀셀

듀셀이 임상보다 생산에 먼저 집중한 것은 일본 메가케리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2012년 설립된 메가케리온은 세계 최초로 iPSC(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소판 임상에 진입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당시 생산 효율이 낮아 10L 배양기 4대를 가동해야 환자 1명에게 투여할 물량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생산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현재는 임상 2상을 잠정 중단한 채 생산 공정 고도화와 제조 효율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듀셀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연구 초기부터 스케일업 기술과 생산시설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 결과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50L 배양기를 활용한 인공혈소판 생산에 성공하며 메가케리온의 기록을 넘어섰다.

듀셀은 현재 안양 생산시설에 50L 배양기 2대를 도입해 월 100L 규모의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에는 200L 배양기 2대를 추가 도입해 장기적으로 월 500L 규모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7년 말부터 수혈용 인공혈소판 임상을 추진, 이르면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혈액 부족은 이미 현실화"…적혈구 아닌 혈소판 '노크'

판교 연구소 사진 내부모습/사진제공=듀셀
판교 연구소 사진 내부모습/사진제공=듀셀

인공혈소판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없는 가운데, 이 대표가 이 분야에 도전한 건 국내 혈액 공급 체계의 한계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녹십자, 한독, 퍼스트바이오를 거치며 항암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등의 신약개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녹십자 재직 시절 혈액제제 사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헌혈에 의존하는 국내 혈액 공급 구조의 취약성을 체감했다. 혈액 수급에 차질이 생길 때마다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해야 했고, 원료 혈액 가격도 꾸준히 상승했다. 헌혈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질수록 기존 공급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헌혈 감소가 겹치면서 혈액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에 정부도 인공혈액 개발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이 대표는 인공혈액 상용화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적인 과제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줄기세포 기술도 충분히 발전한 만큼 이제는 인공혈액을 상용화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해 2021년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흔히 '인공혈액'이라고 부르지만, 현재 기술로 사람의 혈액 전체를 그대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와 혈소판 등 개별 성분을 줄기세포로 생산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개발 방향이다.

듀셀이 적혈구가 아닌 혈소판을 선택한 것은 혈소판의 사업 확장성 때문이다. 혈소판은 지혈 기능뿐 아니라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처가 생기면 혈소판은 출혈을 막는 동시에 조직 재생과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다양한 성장인자(Growth factor)를 분비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하면 세포치료제 배양 소재는 물론 골관절염, 피부 재생 등 다양한 재생의료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수혈용 인공혈소판 상용화에는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회사는 혈소판을 활용한 여러 파생 사업을 통해 먼저 수익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용해물부터 재생치료제까지…"수혈용 인공혈소판 개발 위한 성장엔진"
듀셀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듀셀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이 같은 플랫폼 전략의 첫 번째 사업이 바로 첨단바이오소재 '혈소판 용해물'이다. 혈소판 용해물은 혈소판을 분해해 얻은 성장인자 소재로, 세포를 배양하는 데 사용된다. 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해서는 성장인자가 필수적이다. 듀셀은 인공혈소판 용해물을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등에 공급해 이르면 연내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혈소판 용해물은 별도의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임상 없이도 곧바로 매출을 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미 독일 PL바이오사이언스와 200만달러 규모의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올해 하반기 본계약이 체결되면 첫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골관절염 치료제를 비롯한 재생의료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해 사용하는 PRP(자가혈소판풍부혈장) 치료가 활용되고 있지만, 사람마다 혈소판의 품질이 달라 치료 효과에도 편차가 있다. 반면 듀셀은 GMP 생산시설에서 표준화된 인공혈소판을 생산해 일관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수혈용 인공혈소판 개발이 회사의 미션이라면 혈소판 용해물과 재생치료제용 혈소판 사업은 그 미션을 현실로 가능하게 만드는 회사의 성장엔진"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송정현 기자

안녕하세요. 미래산업부 송정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