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다가오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또 한번 미국을 찾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말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을 개최한다. 이 준공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임원 다수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조지아 주지사 등 주정부, 연방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준공식을 빌어 그동안 해온 대미투자의 성과와 향후 투자 계획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78억 달러(약 25조8000억원)의 대미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는데 이 점을 부각해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력을 챙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당장 관세부과를 앞두고 어떤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CEO(최고경영자)와의 전화 회담에서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며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
해당 통화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에 따른 충격을 우려한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통화에 참여한 자동차 업계 수장들은 다른 업계처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고 업계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관세 부과 철회를 요청했다.
자동차 업체 CEO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벨트' 언급을 "관세 철회는 없다"라는 메시지로 해석했다고 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벨트' 발언 후 침묵이 흘렸다"며 "(이 침묵은 회담에 참여한) 3대 자동차 업체 수장들이 이제 더 이상 (관세 부과를 막고자 트럼프 행정부와)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트럼프 정부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이후 개별 협상에서 충분히 협상력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달 미국을 찾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큰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골프장에서 만났다. 정 회장은 '2025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The Genesis Invitational)'에 앞서 열린 프로암에 방문했다. 프로암에는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딸 카이 트럼프가 참여했고,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HMGMA의 본격적인 가동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HMGMA가 풀가동될 경우 미국 현지에서 차량을 최대 120만대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171만대)의 70%에 달한다. 미국 현지에서 이만큼 자동차를 생산하는 수입차 업체는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충분히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역시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에도 미국 내 현지화 전략으로 어떠한 정책 변화에도 유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