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이 격 살린다"… 美부촌 점령한 LG

라스베이거스(미국)=김남이 기자
2026.01.13 04:05

스프링밸리 고급주택 가보니
2만달러 추가에도 SKS 선택
손님 잘보이는 주방 등에 배치
현지B2B 가전사업 확대 속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주거 단지 '스프링 밸리'에 위치한 LG전자 초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의 모델하우스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주거 단지 '스프링 밸리'에 위치한 LG전자 초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의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제공=LG전자

미국에서 LG전자의 B2B(기업간 거래) 가전사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형 빌더(건축업체)를 중심으로 한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고급주택 시장에서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GE(제너럴일렉트릭)와 월풀의 입지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 손님에게 '보여주는 공간'을 중심으로 LG전자의 초고급 가전이 확산하는 모습은 LG가전의 위상변화가 본격화했음을 알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서쪽으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스프링밸리'. 영화에서 본 듯한 수영장 딸린 고급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중 미국 3위의 주택 빌더인 펄티(Pulte)가 올해 새롭게 조성 중인 섬머린사우스의 고급주택단지를 지난 8일(현지시간) 방문했다.

이 단지의 주택면적은 최소 약 362㎡(약 109.5평)에서 최대 약 450㎡(약 136평)에 이른다. 가전과 가구를 포함한 분양가는 200만달러(약 29억원)부터 시작한다. 기자가 방문한 모델하우스는 362㎡ 규모에 침실 4개를 갖춘 주택으로 고급옵션을 포함한 가격은 350만달러에 달했다. 이 집의 주방과 공용공간에는 LG전자의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가 적용됐다.

집의 크기나 수영장, 고급가구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가전이 놓인 '자리'였다. 응접실과 다이닝룸, 손님을 맞이하는 오픈형 주방에 설치된 빌트인 가전은 모두 SKS였다. 오븐과 쿡탑, 냉장고, 식기세척기, 와인셀러까지 하나의 시스템처럼 설계된 주방은 가전을 숨기기보다 집주인의 취향과 '주택의 격'을 보여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반면 집 안쪽에 손님이 거의 접근하지 않는 세탁실로 들어가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곳에는 월풀 제품이 놓여 있었다.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의 가전 브랜드가 명확히 갈렸다. 특히 이 단지를 조성한 펄티의 기본옵션 가전은 월풀이다. SKS를 선택하면 기본옵션 대비 2만달러 이상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 지역 약 300가구 가운데 90%가 주방가전을 SKS로 선택했다.

이영민 LG전자 팀장은 "집에 방문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과시적 소비 성격도 있다"며 "LG전자는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가전'이라는 접근방식으로 실제 사용경험에서도 충분히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고급주택 시장에서 주방은 더이상 조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집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쇼룸이자 가장 많은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이 공간에 들어가는 가전은 성능은 물론 디자인, 브랜드 평판, 공간완성도가 함께 고려된다. SKS가 빠르게 자리잡은 이유다. SKS는 냉장고 도어 형태와 소재까지 고객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전자는 미국시장에서 고급주택 건설사, 인테리어디자이너, 주방설계 회사와 직접 연결되는 B2B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미국 빌더시장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024년에 64%, 2025년에는 40% 이상 성장했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GE와 월풀의 양강구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빌더전담 영업조직인 'LG 프로 빌더'가 미국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해온 결과다. 'LG 프로 빌더'의 지난해 연간 빌더 계약수주 건수도 전년보다 25% 이상 늘었다.

실사용 고객의 평가 역시 성장에 힘을 보탠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전제품 브랜드' 조사에서 주요 8개 가전분야를 모두 제조하는 종합가전사 가운데 6년 연속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SKS 역시 6위에 오르며 LG전자 브랜드 2개가 상위 2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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