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산업가속화법 내주 발표…'K배터리' 반등 계기 될까

김지현 기자
2026.02.24 15:39
국내 배터리 3사 유럽 현지 설비/그래픽=이지혜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등 기회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저가 수입품을 겨냥한 산업가속화법(IAA) 발표를 앞두면서 업계 안팎에서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지난해 유럽 현지 생산설비 가동률은 평균 50~6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가동률이 일부 개선되는 흐름이긴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간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와 함께 유럽을 핵심 시장으로 삼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연간 생산능력 90~100GWh), SK온은 헝가리 코마롬·이반차(47.5GWh)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의 헝가리 괴드 공장 생산능력은 약 40GWh(기가와트시) 안팎으로 추정된다. 3사를 합치면 200GWh에 육박하는 규모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사들이 LFP(리튬인산철) 등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국내 기업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약 35%로 전년(46%) 대비 크게 하락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0%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EU의 산업가속화법은 국내 기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역내 산업 보호를 골자로 한 산업가속화법을 내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배터리, 수소, 태양광 등 유럽 내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역내 생산 제품을 우선하는 조항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중국 CATL 등이 중국이 아닌 유럽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비용이 약 30%가량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비해 유럽 현지 생산능력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유럽 내 배터리 셀 생산설비의 75%를 국내 배터리 3사가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재기업들의 현지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연산 5만4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내년 스페인에 3만톤 생산능력의 동박 생산 공장을 완공한다.

다만 중국 기업들 역시 유럽 완성차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CATL은 독일에 이어 헝가리 공장을 준공하고 올해 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스페인에는 50GWh 규모의 대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미국처럼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에 일정 부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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