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엘앤에프가 탈(脫)중국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공략 등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24일 삼성SDI는 엘앤에프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용 양극재의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내년부터 3년간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양극재 약 1조6000억원 어치를 엘앤에프로부터 공급받는다. 또한 이후 3년간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옵션도 받았다.
삼성SDI는 엘앤에프로부터 확보한 LFP 양극재를 활용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SPE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일부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는 기존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외에 중저가 LFP도 양산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8월 중국 외 기업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LFP 양극재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연 6만톤 규모의 생산설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LFP 양극재의 경우 대부분 중국 소재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삼성SDI와 엘앤에프의 계약을 통해 이 구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PFE(금지외국기관) 규정 등을 통해 원산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주요 이슈로 부상한 상황이다. PFE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블랙리스트 격이다.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연도별 비중 변화(2026년 40%, 2027년 35%, 2028년 30%, 2029년 20%, 2030년 이후 15%)를 충족 못할 경우 '조 단위'의 AMPC(생산세액공제)의 수령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삼성SDI가 이 과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한 모양새다.
김현욱 삼성SDI ESS 영업그룹 상무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도별 비중 변화에 따른 PFE 준수 작업을 모두 완료했다"며 "내년 2분기부터는 우리 배터리에 중국산 소재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파우치형 대비 안전성이 우수한 각형 폼팩터를 앞세워 북미 ES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을 더한 '탈중국 LFP'까지 제품 포트폴리오에 추가한다. 삼성SDI는 지난해말 미국의 대형 에너지 관련 개발·운영업체와 2조원대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6일에는 미국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수주를 달성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국산 핵심소재의 공급망을 확보함에 따라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양산을 선도하면서, 동시에 ESS 및 중저가 전기차용 LFP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투트랙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류승헌 엘앤에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현재 중국 외 지역에서 LFP 소재 생산이 가능한 최초 업체"라며 "한국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 및 글로벌 ESS 업체들까지 공급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어 성장세 지속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