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보다 끝까지 짓는 게 중요"…진화하는 日 해상풍력 입찰

여수(전남)=권다희 기자
2026.06.19 05:00

[그린 人사이트]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에서 만나다
③아키요시 마사루 일본풍력발전협회장

[편집자주] 녹색전환을 이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전합니다.
지난 17일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 중인 아키요시 마사루 일본풍력발전협회(JWPA) 회장/사진제공=풍력산업협회

"사업자들이 입찰에서 사업을 수주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이후 준공까지 무사히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을 뒤흔든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의 여파는 일본도 비켜가지 않았다. 2021년 첫 대규모 해상풍력 입찰에서 낙찰됐던 3개 사업이 지난해 모두 철회되자, 일본은 이를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고 있다. '얼마나 낮은 가격에 낙찰받느냐'보다 '실제로 준공할 수 있는 사업을 어떻게 선별하느냐'에 입찰제도 개편의 무게를 싣는 방향이다.

지난 17일 여수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아키요시 마사루 일본풍력발전협회(JWPA) 회장을 전시회장에서 만나 일본 해상풍력 시장의 시행착오와 제도 개선 방향, 한일 협력 가능성을 들었다.

3개 사업 중단 후 '실현가능성' 방점 둔 日 정부

일본의 재생에너지 개발사 유러스에너지홀딩스 부사장이기도 한 아키요시 회장은 "2021년 일본 입찰 1라운드에서 낙찰됐던 3개 사업의 사업자가 지난해 모두 사업을 철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무엇보다 입찰 시점의 사업 환경과 실제 개발 단계의 사업 환경 사이에 큰 괴리가 생긴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낙찰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 금리 상승, 풍력 기자재와 건설 비용 급등이 겹쳤다"며 "입찰 당시 형성된 가격 수준으로 현재 시점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무산된 3개의 해상풍력 사업의 총 규모는 1.7GW에 달한다. 일본이 해상풍력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핵심 전원으로 키우려던 상황에서 대형 프로젝트 3건이 한꺼번에 멈춘 것은 로드맵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었다.

아키요시 회장은 "철회된 3개 안건의 용량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규모"라며 "정부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 이후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 오르면 입찰 고정가격도 높이는 방안 추진

개선의 일환으로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과 국토교통성 항만국은 지난 1월 '해상풍력 사업을 완수하기 위한 새로운 공모제도' 검토 내용을 공개했다.

개선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공사비 상승을 입찰제도에 일부 반영할 수 있게 하고,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써내는 경쟁을 줄이며, 실제로 사업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지를 더 꼼꼼히 보겠다는 것이다. 즉 '가장 싼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아니라 '끝까지 지을 수 있는 사업자'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가격조정 제도 도입 검토다. 해상풍력은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뒤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사이 터빈과 기초 구조물, 해저 케이블, 시공비가 크게 오르면 처음에 써낸 가격으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입찰 당시의 물가와 실제 공사에 들어갈 무렵의 물가를 비교해, 고정가격매입제도(FIP)의 기준가격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엔·유로 환율 변동도 반영 대상이다. 민간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비용 상승분을 제도 안에서 일부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지나친 저가입찰을 막기 위한 장치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는 한 사업자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써내면 다른 사업자들도 사실상 그 수준에 맞춰야 하는 압박이 컸다. 하지만 너무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따내면 이후 비용이 오를 때 사업을 포기할 위험도 커진다.

일본 정부는 정부가 정한 상한가격보다 일정 수준 이상 낮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들에게는 가격 점수를 똑같이 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완화하려 한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게 쓰기 위한 '치킨게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업 실현성 평가도 더 촘촘하게 바꿀 계획이다. 기존 평가에서는 같은 등급에 속하면 세부 내용이 달라도 같은 점수를 받는 문제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업계획의 구체성과 실행 가능성을 세밀하게 보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와카마쓰구 앞바다에 조성된 일본 최대 고정식 해상풍력 단지 '기타큐슈 히비키나다 해상풍력 발전소/사진출처=히비키 윈드 에너지 웹페이지 동영상 캡쳐

"부유식 잠재력 커"

공급망 측면의 고민은 한국과 겹쳤다. 두 나라 모두 기초 구조물이나 해양 토목, 항만, 송전 분야에서는 일정한 산업 기반을 갖췄지만, 대형 터빈과 블레이드, 나셀 등 핵심 기자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

아키요시 회장은 "일본은 기초 구조물 제작, 해양 토목 공사, 해저·육상 송전선 구축, 항만 관련 서비스 분야에서는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반면 풍력 터빈 본체를 만드는 기업이 일본에 없기 때문에 터빈 본체와 블레이드, 나셀 등 주요 기자재는 여전히 해외 제조사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글로벌 터빈 제조사(OEM)의 생산 거점을 자국 내에 유치하려 한다"고 전했다.

부유식 해상풍력 잠재력이 큰 지역이란 점도 한국과의 공통점이다. 일본은 지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상풍력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을 통해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쓸 수 있는 개발 가능 해역을 넓혔다.

아키요시 회장은 "일본과 한국은 해저 지형이 바다 쪽으로 조금만 나가도 급격히 깊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고정식 해상풍력만으로는 설치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해상풍력 발전에서는 부유식의 잠재력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이 중심이 돼 각국의 강점을 살리고 긴밀히 협력한다면 아시아 전체 해상풍력 산업의 공급망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런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